귀하는 법전 갈피 사이에 생명 없이 누워있는 법조문의 충실한 노예입니까?
갈빗살이 붙어있지 않은 뼈에 다른 부위의 고기를 붙이면 가짜갈비고, 조금이라도 갈빗살이 붙어 있는 뼈에 다른 고기를 붙이면 가짜 갈비가 아니다?
빈 경기미 봉지에 다른 지방산 쌀을 넣어서 경기미로 팔면 까짜 경기미고, 조금이라도 진짜 경기미가 섞였으면 가짜가 아니다. 뭐 이런 논리입니까?
이성훈 판사, 귀하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부터 진짜 가짜의 시비는 일체 자취를 감추리다. 조금이라도 진짜가 섞였으면 가짜가 아니라고 했으니 가짜가 생겨날 까닭이 없지않겠습니까? 5%만 진짜를 섞으면 가짜시비 끝! 귀하는 가짜상품 제조자들에게는 실로 구세주가 되었네요. 귀하의 감회는 어떠합니가?
이성훈 판사, 법관이 하는 일 중 가장 큰 일은 죽어서 법전 갈피 사이에 누워있는 법조문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은가요? 법률 조문이란 구체적 사건을 맞아 판사의 해석과 적용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생명력을 얻어 우리 생활에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전까지는 단지 종이위에 인쇄된 문자의 나열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 법률 조항을 국민의 실생활에 살려내는 데에는 법관의 자구해석도 중요하자만 국민들의 법감정의 이입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이 죽은 법조문의 단순한 노예의 역활에 그치면, 이번과 같은 대다수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시류에 영합한 판결을 내리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시국과 연계된 사상사건이 아니고, 국민과 그 어린 자녀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한번 더 숙고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그의 모든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판결은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동의하십니까? 역시 아닙니까?
판사를 포함한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법대로라고 외칩니다. 곤란한 문재일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농후하지요. 이 경우 법대로라는 표현은 이래도 저래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책임이라도 면해보자는 면피적 성격이 강한 일종의 자기방어 수단일 경우가 많지요. 내 결정에 누가 무어라고 하면 최소한의 변명 내지는 피할 수 있는 자리라도 마련해 두자. 이런 것이지요.
그러나 이성훈 판사님, 일선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이 그렇게 한다고 상급심 판사까지도 조문의 단순한 노예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법이 우리사회에 힘차게 살아 숨쉬게 할려면 적어도 국민의 법감정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해석을 해서는 않되리라 여겨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판결이 이래, 하는 자조의 소리가 높은 판결은 판결 그 자체로서도 이미 죽은 판결입니다. 죽어있는 법조문을 단순 대입시켜 만들어 낸 판결은 이미 생면력을 잃은 것이지요..
비록 가짜를 진짜로 속여서 판 그 상인에게는 활명의 순간이 되었을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에게는 한 개의 이상한 판결로 남을 것입니다.
노무현씨의 자기 친구를 면죄시켜준 사면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요. 단편적으로 수긍이 간다고 하더라도 대국적인 사고의 산물은 아닙니다.
부디 우리 실 생활에 살아 숨쉬는 판결을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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