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같은 판사가 동일 사건을 정반대로 판결

2006/03/14 11:06

같은 판사가 같은 사람이 같은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건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려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에 사는 성모씨(45)는 2003년 발코니를 무단으로 증축했다가 서초구청으로부터 68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성씨는 구청의 처분에 불복, 이의를 제기했다. 과징금 사건 등에 대해 구청에 이의를 제기하면 ‘비송사건’으로 분류, 법원에 넘어오게 된다. 당시 성씨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조모 판사는 지난해 5월 “난간 위에 새시를 설치한 것일 뿐 건축면적이나 바닥면적을 늘린 게 아니므로 건축법에 위반되지 않아 과징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에 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모른 구청에서 성씨에게 다시 1백만원 과징금 통지서를 보냈다. 관련법은 불법 구조변경에 대해 원상복귀될 때까지 매년 증액된 과징금을 계속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성씨는 이에 대해 법원에 다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역시 조판사가 맡았다. 문제는 결정 내용이다. 조판사는 지난 달 17일 “건축법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며 “4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관련법 내용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단지 9개월의 시차를 두고 같은 판사가 법 적용을 달리 한 것이다.

성씨의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나온 확정판결 결정문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지만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측은 “담당판사가 첫 번째 판단이 잘못됐다고 여겨 번복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해당 판사는 이날 오전 출근했다가 연락을 끊고 갑자기 휴가를 갔다.

〈이인숙기자 [email protected]〉 7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