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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담 대법관, 퇴임사서 `과거반성'

유지담 대법관 퇴임
(자료사진)김호천/정치/선거/지방/ 2004.5.7. (제주=연합뉴스) [email protected](끝)

"환송 받기보다 용서 구하고픈 심정"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유지담ㆍ윤재식ㆍ이용우 등 대법관 3명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6년간 임기를 마무리했다.

    유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잘했다고 내세울 게 아무 것도 없고 잘못한 일들만 생각납니다"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35년간 몸담았던 법관 생활을 반추하면서 잘한 일보다는 후회스런 일들을 하나씩 되짚어 나갔다.

    절절한 자기반성이 묻어있는 이날 퇴임사는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후배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형식이 주류였던 종전 대법관의 퇴임사 관행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인 일로 평가된다.

    더욱이 유 대법관은 재임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법관으로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매사에 자기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터라 유 대법관의 자기반성은 오히려 후배 법관에게 잔잔한 감동과 뼈있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유 대법관은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만에 빠져 법관으로서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 설정도 없이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선장군보다 이름없이 죽어간 무명용사 중에 더 추모해야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후자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법원을 떠나는 이 순간 무명용사는 커녕 후회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겸손한 자기고백을 했다.

    그는 "법적 분쟁에 휘말린 국민에게 마땅히 했어야 할 봉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 다"며 당사자의 주장 청취를 시혜적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장황하다고 짜증냈던 일, 사건기록보다 이론 연구나 판례 숙지에 시간을 쏟았던 일,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강변했던 일을 예로 들면서 두려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흉금을 털어놨다.

    그는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 정작 사법부에 대한 비평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 `재판의 권위'라는 명분으로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려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움직임에도 그냥 동조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법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활발하게 진행중인 과거사 규명 등 법원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는 "환송을 받기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법부를 탄생시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법원을 떠나려 한다"며 퇴임사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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