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 변호사의 구속을 보면서 결코 간단 할 수가 없는 감회를 느끼게 된다.
이 나라에 태어난 사람으로 그만한 학벌과 그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면
어느 때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그는 이미 한 사람의 유명인사일 수밖에 없고
누가 뭐라고 해도 꿀릴게 없는 저명 인사 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그가 지금 구속되었다.
겉으로는 그저 평범한 정치자금법 위반인 듯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 백억의 돈을 트럭에 실어 차떼기로 받았다는 것이다.
갱 단의 소행도 아니고 강도단의 소행도 아니다.
바로 이 나라 최고 엘리트 코스를 섭렵한 최고의 지성인이 저지른 범죄인 것이다.
보통의 경우 법관이라고 하면 도덕적으로
보통 사람 이상의
엄격한 의식과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일반인들은 가지고 있다.
그것도 최고 법관을 지낸 인사이고 보면 그 기대치는 더욱 높아질게 당연하다.
그런 사람이 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차떼기 강탈 행각을 저질렀다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더구나 그가 누군가?
이 나라 제일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법률고문이고 최 측근 인사라지 않는가?
이회창씨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는 이 나라 최고의 명문고 와 대학을 나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자,
법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대법관을 역임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 제일당의 총재와
여,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두 번이나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이회창씨의 측근 중에 측근이라는 서정우 변호사가 무슨 짓을 했는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 식 수탈 행각을 저지른 것 아닌가?
대통령에 당선만 되고 나면
그간에 저지른 죄악은 모조리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이 나라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쉽게 가질 수 있었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를 않는다.
그만 못한 범부들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 여기며 세상을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처 인생 최 절정의 자리에까지 올라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예삿일을 저질렀는가?
권력을 무기로 기업인들을 협박해서 수백억원의 돈을 차떼기로 강탈 한 것 아닌가?
이제 도덕은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면
오히려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끔 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엘리트 집단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도덕적 추락이요 부도덕의 극치이자,
엘리트 집단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쓰레기통의 대폭발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문득 이회창씨가 말했다는 "메인 스트림"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한때 새로운 메인 스트림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창했었다.
그가 말한 메인 스트림은 어떤 성분의 사람들의 집단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까?
서정우씨 류의 사람들이었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구상이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범죄적 행위도 서슴없이 저지를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의 집단화,
세력화를 기도한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회창씨는 한시대의 최 정점을 달리던 사람이다.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이 나라 역사에 남긴 족적은 너무도 치욕적이다.
새삼 말해 무엇하겠는가,
소위 "세풍""안풍""총풍""병풍"에 급기야는 "차떼기풍"까지,
이 모두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는 무서운 "무뇌아"집단들이 남긴 불행한 족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이회창씨는 무어라고 말 할 것인가?
지금 이 사태는 결코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긴자가 진자에게 들이대는 칼날이 아니라.
이 나라 새로운 메인 스트림을 창조하려던 엘리트 집단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고,
전혀 도덕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회창씨 자신을 포함한 소위 엘리트 집단의 도덕적 공황상태에 대한 물음인 것이다.
결코 정략적이고 위기 극복을 위한 순간 모면용 임기응변식의 방법으로 대응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가장 원초적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서
양심 저 밑바닥에서 울어나는 진실에 근거한 대답을
국민 앞에 내 놓아야 할 책임이 이회창씨에게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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