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말

법무부는 오늘(3일)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법무부의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며, 그러한 이유를 본 현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글을 작성합니다.

저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학사일정에 따라 오늘 12시 즈음에 2학년 2학기 기말시험을 마쳤고, 시험준비에 조금 지쳤기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법무부의 이번 입장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법무부의 사시유예 입장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을 읽어보실 분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1)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동일한 출발점'이 전제되는 것이 옳은가?

(2) '특정 직업'이 '특권 집단'을 형성하거나 또는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놓이는 것이 옳은가?

각자 위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염두에 두시면서 저의 의견을 읽어보아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고자 했던 이유

가. 더이상 세금으로 변호사를 키우지 않겠다.

사법시험제도의 뿌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였던 1947년 조선인 출신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치러진 '조선변호사시험'에서 시작합니다. 해방 후 1950년 '사법관시보의임명수습및고시규정'에 따라 공무원 선발시험이던 '고등고시'의 한 직렬로서 '사법과'의 형식으로 제도가 이어졌고, 1964년 부터 '사법시험'이라는 이름으로 법조인을 선발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연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법시험은 '국가 주도형 법조인 양성'을 목적에 둔 제도입니다. 광복 후 법조인력이 부족하자 국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세금을 들여가면서' 법조인을 길러냈던 제도입니다. 아마도 사법시험 제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사법시험 합격자가 사법연수생의 신분으로 '사법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계실텐데요, 그렇다면 사법연수생은 사법연수원에 얼마를 내고 강의를 들을까요? 돈을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월급'을 받으면서 연수를 받습니다. 말하자면 학생이 아니라 공무원 같은 신분인 것입니다.

이렇듯, 사법시험제도는 국가가 법조인력을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성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세금으로 길러진 사법연수생들은 일부가 소위 '재조(조정에 들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기존 법조계 용어)' 법조인으로서 법관, 검사가 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소위 '재야(조정 밖 야인이라는 뜻)' 법조인인 변호사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재야 변호사는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익활동이 주가 될 것임은 명백한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세금을 들여서 사익을 추구하는 전문자격인을 만드는 제도가 바로 사법시험이라는 것입니다.

'법조삼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법영역을 구성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를 일컫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법조삼륜으로서 사법제도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는 '공익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대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법률관계들이 형성되는 바, 이제는 실질적으로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법조삼륜으로서의 소위 '송사'를 담당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자문'등 '사익적' 영역에서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로스쿨'의 도입필요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사익을 추구하는 전문자격은 사비를 들여서 취득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나.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변호사를 길러내겠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법률적 문제들이 사회 다방면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의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특허분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떠한 사회적 영역이 발전하게 되면, 그에 따라 관련지식의 복잡성과 난이도가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관련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의료지식이나 공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까요?

사법시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고시생', '신림동', '고시낭인', '고시폐인'입니다. 사법시험을 관심있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위와 같은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즉, 사법시험 합격의 문은 소위 '폐인'을 양성할만큼 높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사법시험 도전의 '진입장벽'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습니다. 'Biochemistry', 생체의 생명활동을 화학작용의 측면에서 분석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른바 이공계 출신이지요. 생명과학을 전공하다보니, 관련 기술이 앞으로 꾸준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이오제약, 바이오연료, 바이오의학 등 관련 산업분야의 성장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연구지원, 특히 법률서비스라는 생각에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사가 되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사법시험을 살펴보았습니다. '법학과목 필수이수 35학점 이상'. 제가 접한 첫번째 장벽이었습니다.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과목을 반드시 일정학점 이상 이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보통 한 학기에 18학점 정도 이수하는 점에 비추어볼 때, 법학 전공과목만으로 내리 두 학기 이상을 마쳐야하는 것입니다. 그럼 법학과가 아닌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독학사'제도를 통해 법학과목을 이수하든지, 타전공생이지만 법학과 수업을 수강하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결국 '사법시험' 제도는 어떤 경로든 '법학'을 전공할 것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본 전공과 달리 법학을 별도로 이수한 뒤에야 도전할 수 있는 사법시험, 그리고 도전하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사법시험, 이런 법조인 양성제도 아래에서 이렇게 많은 비용과 시간의 위험을 안고 변호사가 되려는 다른 영역 전공자 또는 전문가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자신의 전문영역 안에서 머물기를 바랄 것입니다. 충분한 경제적 배경이 있든지, 아니면 반드시 사법시험을 통과하는 '영예'를 얻고야 말겠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법시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겠지요. 그만큼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를 통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법률가를 양성하기가 곤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학전공자가 아닌 비법학전공자의 변호사취득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저희 로스쿨만 하더라도 한의사, 약사 등 의료영역, 교대, 체대 등 교육영역이나 스포츠영역, 이공계출신, 심지어 전문댄서로 활동하시던 분까지 입학해 함께 변호사의 꿈을 키우며 공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오로지 법학만을 공부한 변호사들이라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다. 고시낭인을 양산하는 폐해를 줄이고, 교육을 통한 법률가를 양성하겠다.

사법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인터넷에 '사법시험'을 검색해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학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를 말이죠. 앞서 그 유래를 확인했듯이 사법시험은 오래된 제도인만큼 관련된 많은 '성공담'들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만 나와서 고시패스했다는 전설, 산 속 절에 들어가서 하루 4시간씩만 잠자면서 공부했다는 전설 등은 학창시절에 한 두번씩은 선생님을 통해서든 부모님을 통해서든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옛날' 얘기입니다. 제도의 존폐를 살피는 우리는 '옛날'이 아니라 '오늘'과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사법시험 준비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선 일정 학점이상의 법학과목을 이수해야하며, 따라서 대학을 재학중이라면 법학과의 개설과목 들을 수강하는 방법, 대학졸업자든지 대학미진학자인 경우에는 독학사나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법과목을 우선 이수해야합니다. 물론 그렇게 기준 학점을 취득한 이후에 곧장 사법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할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만, 현재 많은 사법시험 학원강좌들이 개설되어 있고, 학원실강이 어렵다면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구비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수험생은 그런 보조학습수단을 활용하곤 합니다. 학원수업을 듣지 않고도 사법시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쟁시험' 형식인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보조학습수단을 활용하지 않는 일은 경쟁자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학원강의를 듣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신림동에 고시생이 몰렸던 이유는, 노량진에 공시생이 몰리는 이유나 대치동에 고3학생이 몰리는 이유와 같을 것입니다. 학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학원강의를 통해 어떠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일반화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 년간 신림동 학원가를 전전하며 사법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육제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바로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실무를 가르쳐서 변호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3. 사법시험을 폐지하면 안된다는 이유에 대한 반론

가. 사법시험은 희망의 사다리, 로스쿨은 귀족학교 프레임에 대한 비판

시작하는 글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셨나요? 그렇다면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놓여 특권 집단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되묻는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그건 정의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실겁니다.

사법시험은 '희망의 사다리'라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 이미 '구시대적'입니다. 더이상 변호사가 특권층에 자리하는 시대에 머물면 안됩니다. 이제 변호사는 국민의 각 생활영역, 전문영역 가까이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를 희망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지위에 계속 두어야겠다니요? 사다리타고 힘들게 올라야하는 변호사가 아닌, 하나의 직업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평등'의 모습이 아닐까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로스쿨이 귀족학교라는 주장을 사법시험이 희망의 사다리라는 말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나. 로스쿨은 귀족학교가 아니다.

요즈음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뜨겁습니다. 로스쿨은 그러한 논란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습니다. 로스쿨은 귀족학교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저도 모르게 귀족이었던 것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었던 것인데, 그동안 금수저인지도 모르고 사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나옵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유명한 논리학 내용입니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다면 참으로 영특한 것이겠지만. 하나를 보고 열이 모두 하나와 같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몇 차례 이른바 '빽'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로스쿨을 나와서 쉽게 취업을 한다든지 비싼 등록금을 물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든지 하는 언론기사들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기사를 보고 많이들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셨겠지요?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화가나는 입장입니다. 같은 로스쿨에서 나는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누구는 빽있다고 취업도 쉽게하고 변시도 쉽게 치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억울한 마음입니다. 정리하자면, 귀족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소수이며, 그들이 로스쿨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로스쿨 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싸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으며, 학비절감을 위하여 다양한 교내외 장학금혜택을 받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내에서 조교활동 등을 하며 장학금지원을 받거나,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충당하고 있는 학우도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로스쿨생도 많습니다. 우리는 귀족이 아닙니다.

4. 사법시험을 존치하면 안되는 이유

가. 사법시험 병행존치는 또 다른 차별의 시작

공정한 경쟁은 무엇을 전제로 하여야 할까요? 바로 공평한 출발에서 시작됩니다. 기존 사법시험제도에 따라서 실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다수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입 10년이 안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그에 비하여 소수자의 입장입니다. 더 엄밀하게 따져보았을 때에는 경력이 높은 변호사들은 현재 사법시험 출신자들이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대부분 신입 변호사의 위치인 것입니다.

스펙경쟁이 치열한 시대이고, 그만큼 경력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인데 같은 변호사 자격을 가졌으나 서로 다른 시험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결국 어떤 시험 출신이냐의 문제 역시 경쟁력의 판단 대상이 되어버릴 수 있음이 자명합니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은 오랜 시간 익숙해진 명칭이므로, 로스쿨, 변호사시험 이라는 생소한 명칭과 비교했을 때 신뢰감의 차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그 신뢰감의 차이는 법률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에 대해서도, 또한 취업장면에서 변호사를 선발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시험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고 그러한 꼬리표로 인한 차별을 당한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앞서 언급한대로 사법시험은 오래 지속된만큼 현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고, 덧붙여 동일한 '사법연수원' 출신이라는 사실로 전관예우나 집단이기주의 등의 사회적 문제마저 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것이며, 실제 앞서 밝힌대로 기존 사법시험의 한계를 로스쿨 제도가 극복해나가는 중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법조일원화' 등 사법개혁의 기조에 반하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5.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개선방향

가. 비싼 등록금 문제

결국 사법시험을 존치하자고 주장하는 측의 남아있는 논리는 '로스쿨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라는 것 한 가지 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대로 로스쿨생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로스쿨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인듯 몰아세우며 반대논리로 사법시험을 남겨두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그런데 로스쿨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점이 문제라기 보다는,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형편이 되는 사람은 등록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변호사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하나가 되어야하며, 더이상 세금으로 길러낼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더라도 로스쿨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로스쿨 학비논란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입학전형에서 '특별전형'의 형식으로 사회적우대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나 로스쿨 전체 입학정원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수로 보입니다. 이는 입학전형의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장학금 정책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사법시험을 예정대로 폐지하면, 적어도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지원되는 급여만큼은, 또한 나아가 사법연수원에서 사법연수생의 교육에 들어갔던 비용만큼은 충분히 로스쿨생에 대한 국가장학금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득수준이 낮은 로스쿨생이 저렴한 학비로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확보되는 것이므로 등록금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또한 부수적으로 지적되는 LEET 시험의 비싼 응시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므로 적절한 로스쿨제도 발전방향이 될 것입니다.

나.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

변호사시험과 로스쿨제도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자격시험'에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이름도 전문자격을 취득하는 교육기관이라는 뜻입니다. 즉 로스쿨 교육과정을 문제없이 따라간 사람이라면,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의과대학 6년 과정을 마친 사람은 국가자격시험이 요구하는 일정기준을 넘었을 때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의사국가시험의 합격률이 90퍼센트에 육박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사람은 없는데 왜일까요? 아마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과대학의 정규과정을 잘 마쳤다면, 그리고 국가시험의 일정자격기준을 넘겼다면 의사로 활동하기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스쿨제도는 왜 자격시험을 천명하면서, 경쟁시험화 되는 것일까요? 로스쿨 3년 과정을 문제없이 마친 사람이라면 변호사시험의 일정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합격률이 100퍼센트가 되더라도 자격을 인정해주어야 하는게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로스쿨출신 변호사의 실력이 마뜩치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언론기사로도 접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출신 변호사인데도 실력이 참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이런 얘기는 언론에서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말인 즉,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수가 현행대로는 매년 1500여명인데, 그중에 뛰어난 사람도 조금 모자란 사람도 있을 수 밖에 없는게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한 두명의 사례로 로스쿨 변호사의 전체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스쿨들은 또한 교육방법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알차게 구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변호사의 실력은 합격률로 조정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이룩해야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스쿨에서 졸업시험을 두는 정책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높아지면 당연히 해결될 문제이지만, 많은 로스쿨들이 졸업시험제를 두고 있어 문제입니다. 로스쿨에서 받은 교육의 성과는 졸업시험이 아니라 변호사시험에서 평가받아야만 합니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로스쿨이라면 앞으로 교육의 질을 더욱 높히는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이지 졸업시험이란 제도로 약속된 3년의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 시험치를 기회를 마음대로 박탈하는 것은 학생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6. 맺는 말

법무부의 갑자스런 사법시험폐지 유예 입장표명에 적잖이 당혹스러웠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법시험은 폐지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일이며, 로스쿨제도의 단점은 그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안정된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아도 사법시험의 존치 입장은 타당성이 없어보입니다. 이 글을 몇분이나 읽으실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의 금수저 논란, 귀족학교 논란, 희망의 사다리 논란 등 많은 얘기들에 혼란스러워 하지 마시고 곰곰히 제 의견을 포함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판단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어떠한 길이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것인지 말입니다.

부디, 4년이라는 사법시험 존치 입장이 그래도 통과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교롭게도 4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4년 뒤 다음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며 떠넘기는 모습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요.

※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로스쿨 학생 전체의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