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죄인이 될 뻔했던 김씨가 받은 형사보상금은 일당 5만원씩 계산해서 1505만원.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김씨는 형제들의 도움을 얻어 3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변호사비와 경비로 지출 한 뒤였다.

1심 6개월, 항소심 4개월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김씨는 '억 울한 옥살이'를 한 대가로 되레 15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됐다.

김씨는 이 사건 이후로 돈 잃고, 형제 잃고, 친구 잃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김씨는 "민사로 손해배상청구할 형편도 아니고 최소한 변호사 비용이라도 돌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형사보상법 개정을 통해 무죄인 사람에 대한 보상이 적 절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에 대한 불신만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 적했다.

형사보상금은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무죄판결 또는 무 혐의 결정을 받은 경우에 법원 또는 검찰에 청구해 받을 수 있다.

보상청구는 무죄가 확정된 지 1년 안에 무죄판결을 받은 법원에 하고, 법원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손상 등을 따져 그 해 일급 최저임금의 5배를 상한선으로 보상액수를 결정한다.

김씨처럼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형사보상금이 턱없이 적은 것 은 단적으로 예산 부족 때문이다. 그나마 형사보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김씨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에 속한다.

형사보상금 예산이 매년 8월을 전후해 바닥나 무죄확정 및 형사보상 결정을 받 고도 몇 개월째 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 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다른 사업비 예산이 전용되거나 예비비가 확보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올해 역시 예산부족으로 형사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곧 되풀이될 것 으로 보인다.

올해 형사보상금 예산은 19억6900만원인데 실제 청구인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올 1~6월에만 13억300만원(145건)에 달했다. 지금은 3억원 정도밖에 안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형사보상금 예산은 매년 6억여 원씩 책정됐지만 실제 지급액은 이보다 4배 이상에 이르렀다.

예산이 두 배 이상 늘어난 15억여 원이 책정된 지난해에도 실제 지급된 보상금 (31억57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보상금이 곧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9월 말이나 10월 초 께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형사보상금 예산이 약 20억원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 한 상태인 만큼 내년도 예산을 3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예산당국과 협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인은 "무죄판결은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형벌권을 남용해 무리한 인신구속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셈"이라며 "형사보상금의 지급 지연은 있어선 안 될 일이며, 보상액 한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석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