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법원은 C 부장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라>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C 전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이용훈 대법원장의 `영장심사 엄격' 발언이 검찰 주변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달 2일 법원행정처 실ㆍ국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국민의 신체ㆍ재산을 제약하는 마지막 수단인데 법관이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들은 이 발언에 대해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평소 소신을 강조한 것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C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 청구가 `초읽기'에 들어간 미묘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검찰이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금품로비 수사와 관련한 고법 부장판사 부인의 계좌추적 영장이 기각되는 등 최근 수사에 잇따라 제동이 걸린 적이 있는 검찰로서는 이번 발언이 C 전 부장판사 등 법조비리 수사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영장청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영장전담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수사자료를 토대로 소신있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에게 갖는 유무형의 `권위'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화이트 칼라 범죄 단죄'라는 이 대법원장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일선 재판부가 최근 대기업 총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전례에 비춰 이번 발언도 검찰 수사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법조비리 수사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건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외부로 알려진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수사팀과 대척점에 있는 법원 재판부가 어떤 식으로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심지어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C 전 고법 부장판사의 영장 기각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검찰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는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과 관련해 "수사에 애로가 있다. 법원이 검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해 온 검찰이 이 대법원장의 최근 발언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 영장 발부에 큰 지장은 없다고 본다"며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이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영장 발부에 급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C 전 고법 부장판사의 영장 청구에 사실상 이번 수사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검찰이 영장 확보에 실패할 경우 "법원과 갈등을 초래했다.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판사가 뇌물 사건으로 거론되니까 법원에서 갑자기 영장 발부 기준 강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대법원장이 드러내 놓고 영장을 기각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검사는 "때가 때이니 만큼 법원이 원칙에 따라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원과 검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고법 부장판사의 영장 청구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볼지에 따라 이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법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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