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벌써 1년여가
지났다. 주지하다시피, 동 법률안은 대통령 자문기관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정부,
법조계, 법학교수, 시민단체, 언론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두 모여 오랫동안의 논의
를 거친 끝에, 각 이해당사자들이 상당한 양보와 자기 희생을 감내하면서 어렵게 이루어 낸 산물
이다.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도 국회, 대한변협, 법학교수회 등 주요 이해당사자 그룹은 수 차
례에 걸쳐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였고, 올 해 상반기의 법률안 심의과정에서는 4차례
의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서 여·야간에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 내어 사실
상 처리가 임박한 상황이었다.
이기주의에 근거한 막연한 예단
그런 와중에, 법학전문대학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법학전문대학
원 법률안의 처리가 지연되게 되었고, 후반기 국회에 들어와서는 새로 교육위원으로 들어온 일
부 야당의원을 중심으로 도입 반대 의견까지 공공연하게 제시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보장받는 법조선발 시
스템, 소수의 대학이 법조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벌편중, 전공을 불문하고 사법시험에 매달
려 대학의 교육과정이 파행화 되는 현상 등 수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엄청난 사
회적 비용을 지불해 오고 있다.
그 동안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관련한 무수한 논의과정을 통해 거둔 성과가 있다면, 우리의 현
행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이 이렇듯 심각한 문제가 있고, 조속히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는데 있고, 이를 위한 여러 대안 중 그래도 가능한 최선의 대안은 법학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이라는 데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반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의 초점이 제도 도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안의 주
요 쟁점에 대한 합의에 그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그간의 진행상황을 무시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막연하고도 추상
적이며 부정적인 예단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특히 대부분의 주장이 새로운 제도 도입의 문제점만 강조할 뿐, 제도 도입을 주장하게끔 만든 현
행 제도의 심각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돌리고 있는 인상이 짙다. 암기위주
의 수험법학이 지배하는 현행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법률시장 개방에 대처할 경쟁력 있고 전문
화된 법조인력 양성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위한 논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암기위주·일회성 시험에 의존하는 선발 시스템 일대 변혁
일부 회의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궁극적으로 암기위주의 법학교육과 일
회성 시험에 의존하는 법조인 선발 시스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법률서
비스의 질적 수준은 높이고 비용은 줄임으로써 서민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획기
적으로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아울러, 파행화된 대학교육의 정상화, 나아가 법조인력 전반의 국
제 경쟁력의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일거에 그 동안 산적했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질 높은 법률서비스가 바로 제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특단의 대
안이 없는 현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은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밖에 없
다.
더욱이, 그 동안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사실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교수임용, 시설확충,
교육과정 개발 등 필요한 준비를 상당 수준 진행시켜 온 일선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
해 온 수험생들에게 초래될 엄청난 혼란을 생각한다면 현 상황에서 법률안의 국회통과가 더 이
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다시 10년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완벽하고 모든 수요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란 당초부터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조속히 정책을 확정하는 일이다. 만약 일부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추후 제도를 정착시켜 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를 보완해 나갈 수도 있다는 전향
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제도 도입을 둘러 싼 논의만 무성
하다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국회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우리의 전력을 감안할 때, 어렵게 합
의를 도출한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
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왜 수 많은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에 매
달렸던가?” 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현행 법조인력 양성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을 다시 한번 반추
해 보자. 그런 의미에서 조속히 법률안을 심의하여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법률안이 통과
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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