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를 통보받은 노조 위원장이, 재신임을 받은 조 사장에게 -

조민제 사장, 보시기 바랍니다.
국민일보에서 저와 조 사장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사 동기로 알려져 있더군요.
물론 저는 조 사장이 언제 어떻게 국민일보에 입사했는지 모릅니다.
회사 서류에 기재돼 있다는 조 사장의 ‘파리 지사장 이력’은 믿을 수도 없으니까요.

조 사장은 만 36세 8개월 때인 2006년 12월 국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이 됐습니다.
스스로도 인정하겠지만, 조용기 목사의 차남이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는 2007년 1월 국민일보 노조 위원장에 당선돼 6연임 끝에 오늘에 이르렀고요.

조 사장이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 미국 국적자라는 것,
그래서 국민일보 발행인도 편집인도 할 수 없다는 것,
조 사장 개인기업이 여러 개 있다는 것,
조 사장 개인기업과 국민일보가 적잖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
조 사장이 부모 돈까지 끌어다가 거액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모두 노조 위원장이 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여러 번 쓴 소리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조 사장은 “문제없다.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있어 했죠.
그런데 결국 일이 어떻게 됐습니까?

조 사장에게 문제가 없었다면
국민일보 경영권 분쟁은 일찌감치 마무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 사장에게는 조희준 전 회장 못지 않은 약점이 있었습니다.
조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국민일보는 싸움의 주도권을 잃어버렸습니다.

2010년 9월 7일 오후 5시쯤이었죠?
저는 오전부터 낮까지 조희준 전 회장을 장시간 만났습니다.
제 얘기를 듣기 위해 조 사장 방에 임원과 실국장들이 모였습니다.
이야기 중 제가 조희준 전 회장과 3번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사장 방을 나올 때 조 사장이 그랬죠?
“위원장님 저랑도 하이파이브 한번 해주세요”라고.
문뜩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노조가 노·사공동비대위에 동참한 것은 조 사장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노조가 지키고자 한 것은 ‘국민일보 경영권’이었지, 결코 조 사장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노조는 조 사장의 문제를 이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노·사공동비대위 활동 과정에서 감춰졌던 문제들까지 새롭게 알게 된 것입니다.
조 사장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주식투자를 했고,
회사 돈으로 가족 차량에 1000만원이 넘는 기름값을 댔고…
조 사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의혹들도 근거가 뚜렷했습니다.

더 이상 조 사장을 옹호할 수 없었습니다.
조 사장의 문제들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어용노조가 될 수 없었습니다.

10월 8일 열린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 사장은 국민문화재단 상임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니까요.
하루 전까지 조 사장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파서 넉달 넘게 회사에 못나오고 있다는 조 사장은 가을 댓바람에 참석을 강행했더군요.
그 만큼 중요한 이사회라고 판단했겠죠.

한 재단 이사는 “조 사장이 약간 수척해보였지만, 병자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조 사장은 6월 초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죠?
회사는 갑상선암이라는 얘기를 해왔지만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조 사장 사건’ 수사 관계자도 조 사장의 병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손 이사장을 비롯한 국민문화재단 이사들은 조 사장에게 출근을 권고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조 사장은 “출근하겠다”고 답했다죠?
넉달 넘게 출근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조 사장은 CEO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낯으로 사원들 얼굴을 보겠다는 것입니까?
조 사장을 반겨줄 국민일보 임직원이 몇 명은 되겠죠.
하지만 그들이 속으로 조 사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잘 알지 않습니까?

지난 해 여름부터 조 사장과 조 사장 가족들이 국민일보에 안긴 상처를 생각해보십시오.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쯤에서 스스로 사표를 쓰는 게 도리입니다.
국민일보 사장 자리 내던지면 검찰에 당장 불려갈까봐 버티고 있는 것입니까?
회사에 나오겠다면, 검찰에 먼저 출석해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기 바랍니다.
정말 결백하다면 시간 끌지 말고 검찰에 나가 무혐의를 입증하기 바랍니다.

왜 기자들이 범죄 혐의가 있는 미국인 사장을 위해 대한민국 검찰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까?
그러게 군대 갔다오고 떳떳하게 한국인으로 살지, 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습니까?
이제와서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겠다고 하니, 그 일이 쉽겠습니까?
30개월 보름 군생활을 한 저 개인적으로도 용납이 안 됩니다.

조 사장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던 박승동 이사와 이재만 국장에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누구보다 조 사장을 충실하게 보좌했던 두 분입니다.
노조 위원장 해고 못시켰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조 사장은 기도하는 사람 아닙니까?
조 사장이 국민일보 사시 ‘사랑’ ‘진실’ ‘인간’을 다시 들먹여서는 안 됩니다.

재단에서 정리하라고 권고한 개인기업들, 사무실만 옮겼지 그대로더군요.
디지웨이브 감사에는 가족을 앉혔고요.
국민일보 사장직에서 물러나 개인기업에 충실하는 게 조 사장에게도 좋지 않겠습니까?
감당하지도 못할 자리를 왜 그렇게 고집하고 있습니까?
더는 국민일보에 상처 주지말고 용단을 내리기 바랍니다.

2011년 10월 9일
노조 위원장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