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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재개발 세입자들, "향린교회가 있어 위로"

명동 재개발 세입자들, "향린교회가 있어 위로"

명동 재개발 지역에서 세입자들이 영업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보름째 점거 농성중이다. 인근의 향린교회는 이들을 돕고자 나섰다.

37년 동안 명동에서한 평 남짓한 노점을 운영하며 생활해 온 손화수 할머니. 명동 재개발로 억대 권리금까지도 받을 수 있는 노점을 처분해야 하지만 변변한 보상도 못 받아 노후가 걱정이다.

손화수 할머니(72세, 명동 노점상)는 "앞으로 살아갈 먹을 것만 대주면 더 이상 욕심 안 부리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재개발 시행사측은 2009년 11월부터 세입자들에게 370만 원에서 1,400만 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가게를 열 당시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이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들어 턱없는 보상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지난 6월부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배재훈 위원장(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은 "우리는 수 십 년 동안 여기서 먹고 살고 자녀들을 기르면서 조그만 꿈을 가지고 왔다"면서 "어떤 장소로 가든지 지금처럼 장사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계속 기도회와 음악회, 영화상영 등 평화적인 방식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행사측은 금융기관이 밀집한 명동 일대에 25층과 24층짜리 고층 빌딩을 세우기 위해 재개발을 강행할 태세다.

이렇게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향린교회가 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향린교회는 시위에 지친 세입자들에게 영적 쉼터로, 회의공간으로 제공되는 한편, 세입자들을 위한 특별기도회도 진행하고 있다.

임보라 목사(향린교회)는 "자본과의 싸움이 이미 시작이 되어 있고 향린교회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자본에 저항하는 것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민주인사들에게 활동 공간을 내주었던 향린교회. 23년이 흐른 지금에는 자본권력 횡포에 위협 받는 세입자들의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