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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잠적? 인터넷 통해 사회와 소통
홈페이지에 계속 편지글 올려 ... <초록의 공명> 책 도 펴내
	윤성효(cjnews) 기자

▲ 천성산 조계암 '무문관'.

"천성산을 나오기 전날 조계암 무문관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주지 스님께서 이제 세상의 연을 놓고 무문관에 들어와 정진하라 하셨죠. 그러게요. 저는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습니다. 스님, 진리의 길에는 문이 없다죠. 이것이 천성산과 함께 한 저 화두였습니다."

25일 '천성산 지킴이' 승려 지율이 41만명에 이르는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 '초록의 공명' 내용이다. 지율은 '문이 없는 곳에서'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천성산 조계암 '무문관 사진을 배경으로 동진 주지와 나눈 짧은 대화를 잡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해 놓았다.

지율은 지난 8월말 한국고속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의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위원에서 탈퇴한 뒤 국토순례에 나섰다. 최근 일부 언론은 지율에 대해 '연락 두절'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청와대 담당 비서관까지 "공동조사 결과가 회의적으로 나오기에 지율 스님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문관 전경.

	ⓒ 안현주

그러나 지율은 천성산 홈페이지(www.cheonsung.com)와 '초록의 공명'을 통해 계속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9월부터 석달 동안 천성산 관련 뉴스 30여건을 담아놓았고, 공지사항을 통해 며칠씩 글을 올리고 있다. 초록의 공명도 9월부터 10여건을 만들어 올려놓았다.

'길에서 쓰는 편지'란에는 정부정책뿐 아니라 일부 언론의 보도까지 비판해 놓았다. 11월 24일 올린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지율은 "오늘 저는 천성의 긴 간천계곡을 걸어 내려오면서 저를 부른 것은 천성 그 자체였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 눈이 보고 있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저는 저의 전 존재를 걸고도 늘 마음은 무너졌지만 이 일은 다만 한 마리의 도롱뇽, 한 비구니의 목숨을 건 사투가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이 산하와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생명의 역사와 생명의 문화가 사라진 땅에서 아이들이 꾸는 꿈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율은 이 글에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을 거론한 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먼 길을 돌아 왔지만 저는 그 마지막 믿음을 버리지 못합니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우리의 산하를 위해 진실의 법정에서 천성산 문제를 바라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운은 창성하고 만물은 영원하소서"라고 밝혔다.

'초록의 공명 글 정리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도 썼다. 이 글은 지난 6월 <조선일보>가 '또 지율'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기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당시 지율은 강연차 제주도에 갔다가 마침 벌어진 삼방굴 옆 '해군기지 반대평화행진'에 참석했는데, 며칠 뒤 <조선일보>는 '또 지율'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던 것.

지율은 "조선일보 제주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기사의 사실관계 확인을 부탁했다"면서 "본인은 기사감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서울 본사에서 기사를 달라고 해서 쓴 것뿐이며, 내용의 사실 확인에 대하여 물었더니 대부분 동아일보를 보고 썼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의 관련 기사에는 4700여개의 댓글이 달려 있는데, 이에 대해 지율은 "찬반이라기보다는 기사를 쓴 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욕설과 비난의 댓글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지율은 "때때로 언론은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연약한 사람의 분노와 생명을 볼모로 전쟁을 일으켜 실리를 얻는 무기상과 같이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격양시켜 민심을 흩트리려 그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책 <초록의 공명> 나와



▲ 초록의 공명.

ⓒ 윤성효

지율은 최근 <초록의 공명>(도서출판 삼인 간)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지율이 천성산 보전운동을 벌이면서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과 관련 글을 정리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지율과 '안티 지율' 회원들이 5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를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도 실려 있다.

<초록의 공명>에 대해 지율은 "다시 돌아보니 누군가에게 띄웠다고 생각했던 이 편지 창은 그들과 저의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제 스스로의 존재를 들여다보기 위해 만든 작은 창이었으며 부끄러운 독백이었다"고 술회했다.

또 "스스로의 독백이었기에 저는 이 창을 통해 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며 마음껏 분노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돌아보니 저는 이 창을 통해 화해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마음을 열 수도 있고 열었어야 할 순간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재철 녹색연합 환경생태국장은 “지인들한테도 지율 스님이 연락이 되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내용들을 보면 계속해서 천성산과 관련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천성산 공사재개 기사 '정정'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재개와 관련, 지율 등이 참여하고 있는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는 24일 "청와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천성산 공동조사를 무산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공단 관계자가 지난 22~23일 사이 "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서 발파공사 재개 방침을 밝혔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조사 보고서 초안조차 작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영향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24일 밝혀졌다(참조 "'천성산공사, 환경영향 없다' 보도 사실 아니다"). 연석회의는 성명에서 "공동조사는 청와대가 언급한 것처럼 11월 30일에 끝나지 않는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시간이 더 걸려 빨라야 12월 30일 최종 보고서가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를 풀겠다고 자처한 청와대가 공동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동조사를 요식행위로 만들고 당사자인 지율스님에 대한 험담과 매도를 하는 것은 무슨 저의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공동조사를 파탄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천성산 문제의 본질은 절차의 공정성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에 있다, 공동조사를 합의하고도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입맛대로 상황을 정리하고 상대를 매도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비애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4일 '천성산 공사 30일 재개' 기사에서 공사 속개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가 26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지역본부측은 공동조사 결과에 대한 공식발표는 연말쯤 있을 예정이라고 밝혀 왔습니다"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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