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정배 기자]`이마트 제주점 8년11개월, 동광주점 7년4개월, 수원점 4년1개월, 대구 칠성점 3년6개월….'

　이는 신세계 이마트가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온 기간이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에 70여개 점포를 갖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16일 인터넷 대법원(registry.scourt.go.kr)의 등기부 열람과 관할 등기소를 통해 이들 점포의 보존등기 여부를 조사한 결과 11개 점포가 건물의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경기지역에선 양재 연수 수지 수원점이 등기를 하지 않았고 영남지역에선 통영 안동 칠성 해운대점 4개가 미등기 상태였다. 호남지역에선 동광주 순천점 2곳이, 제주도에선 제주점이 등기를 하지 않았다. 또 건물은 완공됐지만 아직 영업을 하지 않는 강원 춘천점도 미등기 상태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절세 혜택을 보고 있다. 물론 보존등기를 하지 않으면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기가 어렵다.

현금장사를 하고 있어 유동성이 풍부하고, 자금력이 워낙 좋은 이마트로선 건물을 담보로 융자를 받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결국은 절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보존등기를 할 경우 과세표준액의 0.8%인 등록세와 등록세의 20%인 지방교육세를 내야 한다. 이마트 제주점의 경우 무려 8년11개월 동안 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

현행 부동산 등기특별조치법 제2조는 최초 보존등기의 등록기일을 정해놓지 않았다.

점포가 들어선 토지는 전부 보존등기를 한 상태지만 건물만 유독 등기를 하지 않은 것은 토지의 경우 (할인점) 건물 신축 허가를 받기 위해선 보존등기가 필수지만 건물은 그럴 필요가 없다.

법의 맹점이 여기에 있었고, 의도했든 안했든 결과적으로 신세계 이마트는 절묘하게 절세를 한 셈이다.

11개 점포의 보존등기를 하지 않아 얻은 절세액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현재 과세표준액은 해당 건물의 규모와 위치, 공시지가를 근거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미등기 이마트 건물의 장부가 총액만 3000억원에 육박해 수십 억원을 절세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문제는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는 대표적 지방세의 하나로 재정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 보전에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일부 지방 점포가 탈세는 아니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지방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마트가 이처럼 법의 맹점을 이용해 지방세를 적절히 절세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안낸다는 비판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방상인들은 그동안 신세계 이마트점이 지방에 들어서면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크게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지방유통체계의 선진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가아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신세계유통연구소에 따르면 2002년 기준 할인점 1곳의 평균매출액은 연 768억원으로 연 110억원의 재래시장 매출의 7배에 달한다. 재래시장 1개당 평균 상인이 165명으로 결국 할인점 1곳이 재래시장 상인 1100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재래시장상인연합회의 주장이다.

한편 대법원 등기과 박성배 사무관은 "대형 할인점들이 절세를 위해 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보존등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도 "대부분 현지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의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