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기업비리 > 입사하는데 부모 재산은 왜 묻나요

공개채용하는 주요 기업과 공사 대부분이 입사지원서(이력서)를 받을 때 업무 능력과 관계없는 부모 직업, 재산 등을 여전히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 대부분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기업에 부정적인 인상을 받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이 관행으로 과도한 정보를 요구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세계일보가 취업 포털 미디어윌과 함께 구직자 11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5.2%(850명)가 ‘이력서에 업무능력과 관계없는 과도한 개인정보 기재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가족관련 정보(직위, 직업 등)가 전체의 절반가량인 48.2%(545명)에 달했고 재산정보 45.8%(518명), 거주 형태 24.6%(278명), 인맥 현황 4.9%(55명) 등이었다. 특히 공채가 진행 중인 주요 대기업과 공사 30여 곳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부모 직업·직위, 재산, 신체정보 등을 요구했다. 심지어 대학 재학 시절 장학금을 지급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곳도 있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민감한 개인정보 요구에 구직자들의 불만은 컸다. 취업준비생 이유정(25·여)씨는 “기업 수십 곳에 원서를 내봤는데, 대부분 입사지원서에 능력이나 성실성과 관계없는 부모님의 직위나 재산 등을 써넣도록 해 몹시 불쾌했다”며 “정식으로 회사에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언급하기 껄끄러운 내용을 요구받았을 때 5명 중 1명꼴로 허위로 쓰거나(6.4%) 아예 쓰지 않았다(15.3%)고 대답했다. 업무능력과 관련없는 개인적인 정보기재를 요구받을 때 받는 회사 이미지는 ‘크게 영향을 미친다(부정적인 인상)’ 20.0%(226명),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침(호감도 반감)’으로 나타났고, 54.9%(621명)였고 ‘큰 관련이 없다’는 사람은 25.1%(284명)에 그쳤다. 기업에서는 이 같은 정보를 예전부터 요구해 왔던 것이고 참고사항일 뿐이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인사 관계자는 “지원서에서 묻고 있는 조항은 이전부터 물어온 항목들이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어차피 이런 정보들이 지원자들의 당락을 좌우하거나 평가요소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노상철 취업지원팀장은 “회사에서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면 구직자들이 불쾌감을 느껴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이런 개인정보는 유출 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정보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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