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기업비리 > 오리온을 고발한다.

▲ 담철곤 오리온 회장 배당금 수령 구조

올해 초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아이팩으로부터 받은 150억원 규모의 배당금이 오리온 그룹의 중국 계열사인 오리온식품유한공사(OFC)로부터 흘러 나왔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아이팩은 손자회사인 랑방아이팩(LANGFANG IPAK PACKING CO.,LTD)을 2013년에 매각해 그 자금으로 담 회장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랑방아이팩을 인수한 업체가 OFC였던 것이다.

담 회장은 작년 24억8000만원의 순익을 낸 회사 아이팩으로부터 순이익의 6년치에 해당하는 150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동안 오리온그룹측은 이런 거액의 배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25년간 쌓아온 이익을 배당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해 왔었는데, 사실은 오리온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돈버는 사업)로 부상한 중국사업에서 회장 개인으로 자금이 흘러간 모양새가 됐다.

14일 오리온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팩은 작년 초 손자회사인 랑방아이팩을 OFC에 매각했다. OFC는 상장사인 오리온의 연결종속회사로 최근 그룹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주력 업체 중 하나다. 아이팩은 당초 랑방아이팩을 매각했다는 사실만 사업보고서에 기재하고, 인수주체가 OFC였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금의 흐름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오리온 그룹의 중국법인인 OFC가 랑방아이팩을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을 페이퍼컴퍼니인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PLI)에 지급했다. 아이팩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PLI는 이를 고스란히 아이팩에 배당(235억9657만원)으로 넘겼고, 아이팩은 이 중 150억원을 담 회장에게 배당했다.

그룹 계열사(OFC) 자금이 몇 단계를 거쳐 총수 개인에게 흘러간 것이다. OFC → PLI → 아이팩 → 담 회장으로 자금이 흘렀다. 그동안 오리온 측은 아이팩의 내부 유보금으로 담 회장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는데,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유보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거액의 배당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면 그 설명을 수긍하기 힘들다. PLI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257억812만원으로 2012년(15억 3755만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랑방아이팩 매각 효과 덕분이었다. PLI가 랑방아이팩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아이팩에 235억9657만원이란 거액을 배당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이팩 역시 마찬가지다. PLI로부터 배당금을 받지 않았다면 고액 배당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회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PLI의 배당금이 아이팩에 현금으로 유입되면서, 2012년 말 기준 9억8764만원이었던 아이팩의 보유 현금액은 2013년 말 291억841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아이팩은 이렇게 불어난 돈으로 담 회장에게 1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아이팩이 작년 한해 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22억9468만원에 불과했다.

OFC가 신규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을 계열사(랑방아이팩) 인수에 사용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동안 담 회장은 비상장 업체인 아이팩으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아이팩이 개인 회사나 다름 없다는 점 때문에 큰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OFC는 상장업체인 오리온(001800) (961,000원▼ 10,000 -1.03%)의 연결종속회사이다. 그룹의 역량이 집중된 중국 주력 계열사가 오너의 사실상 개인회사를 사들이는데 돈을 지불한 셈인데, 과연 합리적인 경영활동이었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리온의 최대주주는 담 회장 일가이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8.8%로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년말 기준 오리온의 소액주주는 6500여명, 보유주식 비율은 42.02% 수준이었다.

랑방아이팩과 같은 비상장사는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밖에 없다. OFC가 얼마에 랑방아이팩을 인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PLI의 2013년 실적 증가분을 고려하면 25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2007년 PLI가 아이팩으로부터 랑방아이팩을 인수했을 때의 가격(220만 달러, 약 23억원)과 비교하면 6년여만에 지분 가치가 10배 가량 뛴 셈이다.

랑방아이팩을 OFC에 매각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아이팩은 지난 2007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현 랑방아이팩)를 페이퍼컴퍼니인 PLI에 매각했고, 이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했었다. 그러나 작년 랑방아이팩을 OFC에 매각했을 때는 인수대상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랑방아이팩 매각 대금을 제외하더라도 아이팩이 담 회장에게 150억원을 배당할 여력이 있었다”며 “랑방아이팩의 매각과 담 회장에 대한 배당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2013년 12월말 기준으로 아이팩이 보유하고 있던 단기금융상품(만기가 3개월 이상 남은 금융상품)이 60억원인데, 이를 포함하면 배당 가능 재원(150억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회계 전문가들은 이는 납득하기 힘든 얘기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려면 최소 운영자금을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에 당기 중 유입된 현금을 기준으로 배당 가능 재원을 판단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아이팩의 작년 현금 유입액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분매각 금액을 빼버리면, 현금 순유입액이 50억원 수준에 불과해 배당 재원으로 불충분하다”며 “현금흐름과 재무상태를 비교 분석해 볼 때 랑방아이팩 매각대금이 담 회장에 대한 배당에 활용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오리온은 1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아이팩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