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세금·연금도 못내는 서민경제
[파이낸셜뉴스]2004/08/05 19:12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세·지방세 등 각종 세금과 연금체납액이 급격히 늘어 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로 서민들이 주택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주택청약부금의 해약은 물론이고 보험해약 건수마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나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충격적이다.
정부 관련부처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세와 지방세, 국민연금 등 공공부문 연체액은 2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5월 말 현재 국민연금 체납액은 3조8061억원에 달하며 건강보험료와 전기료 연체액도 각각 2133억원과 1198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민들이 주로 가입하는 청약부금 가입자 수는 올 들어 7만계좌나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청약부금의 효용성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 해약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더 큰 이유라는 게 국민은행 관계자의 분석이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상위 3개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보험료를 못내 효력이 상실되거나 해약한 건수가 6월 한달간 45만6000여건에 달해 4월보다 15%나 증가했다. 주택마련의 꿈과 미래 건강에 대한 보장수단을 버리고 세금까지 못낼 정도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예들이다.
조만간 나아질 기미도 없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6개월 뒤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악화되면서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현재상태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역시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평가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한국이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물가 압력 증가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세계 경제 불황의 유형과 한국 경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펀더멘털 면에서는 일본과 남미의 불황기보다 양호하지만 정부정책 대응 여하에 따라 경기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처방법에 따라 장기불황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투자를 활성화하고 반기업정서를 해소하는 등 친시장주의적 정책대응으로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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