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유모씨(30)는 얼마 전 한 제과점에서 2만원짜리 케이크를 현금으로 사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현금영수증을 받았다. 그런데 영수증에 ‘소득공제용’이라는 문구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유씨는 다음날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자신의 현금 사용내역에 문제의 제과점 이용사실이 빠져 있었다. 알고보니 이 영수증은 소득공제가 안되는 일반 매출전표였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열심히 발급받은 현금영수증이 ‘빈껍데기 영수증’으로 확인돼, 연말정산때 소득공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상당수 업소들이 세원 노출을 꺼려 현금영수증 발급 가맹점으로 가입조차 않는 데다, 가입 업소 중에서도 일부는 소득공제 처리가 되지 않는 매출전표용 영수증을 고객에게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씨(43)는 “한 가맹업소에서 현금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받을 때 ‘소득공제용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업소 직원은 일반 영수증을 떼어주면서 ‘우리는 항상 그렇게 끊어준다’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열심히 현금영수증을 챙긴 회사원 한모씨(32)는 연말정산을 앞둔 지난달 말 이런 빈껍데기 영수증으로 인한 피해를 실제 체험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불러줘 가며 모은 현금영수증 합계액은 2백만원이지만,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소득공제대상 영수증 합계액이 1백만원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가맹 업소는 지난해 말 현재 1백13만여곳이다. 국세청이 가입 대상 산매업으로 분류한 약 1백50만개 점포의 75% 수준이다. 4곳 중 1곳은 현금 계산을 할 경우 소득공제를 위한 현금영수증을 주지 못하는 셈이다.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 지난 한해 동안 현금영수증 발급을 기피해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만 2만여곳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발급된 현금영수증을 소비자 몰래 임의로 취소하는 업소들까지 등장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세업자들에 대한 세제지원(부가세 1% 공제) 차등화 ▲세금 외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지원 연계 등을 제안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말정산때 소득공제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현금(소득공제)’이나 ‘현금(지출증빙)’이라고 명시된 현금영수증을 떼어야 한다”며 “특히 휴대전화 번호 등 소비자의 정보가 남으면서 생기는 피해를 막기 위해 국세청이 발급하는 현금영수증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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