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0개(광역 16개, 기초 234개) 자치단체 중 가장 잘 사는 동네인 서울 강남구의 세무행정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남구는 자체발행하는 신문을 통해 ‘자진납부하면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며 납세거부를 조장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서울 강남구에 대해 재경부, 국세청과 합동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공무원 12명을 징계요구하고 4명을 형사고발했으며 1백50억원을 추징 또는 환부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치단체 감사에서 공무원을 형사고발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1994년 부천시 세금도둑 사건 이후 처음이다.

또 강남구에 추징·환부토록 한 1백50억원은 기초·광역자치단체를 통틀어 사상 최고 액수다.

지금까지 최고액은 광역단체인 경기도의 1백10억원이다. 이것도 재산세 뿐 아니라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모두를 포함한 액수다.

행자부가 밝힌 강남구의 세무행정은 한마디로 ‘세정문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는 94년에 사망한 논현동 김모씨에게 지난해까지 재산세를 부과한 것을 포함, 모두 3,992명의 사망자에게 16억원의 재산세를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모 협회의 재산세를 4억6천여만원이나 부당하게 면제해 주고 모 관광회사와 고급유흥주점 등 중과세해야 할 대상은 그대로 방치해 수억원의 세금이 탈루됐다.

행자부 신정완 감사관은 “개인당 10만~20만원만 세금을 잘못 부과해도 심각한 문제인데 1만6천1백89건에 1백50억원은 건당 92만원이나 잘못 부과됐다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남구는 “사망자에 대해 재산세를 부과한 것은 사망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했고 상속인이 승계 납부했다”며 “일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부분은 행자부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강남구는 납세거부 문제에 대해 “지방세도 아닌 국세인 종부세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납부를 촉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원희복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