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혜택 못 주니 지방세라도 감면 추진", 부산시 속사정

2004년 말 르노삼성 자동차는 향후 3년간 강서구 신호동 부산본사 공장에 6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신형엔진과 SUV 차량을 생산할 것을 선언했고 부산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강서구청 등은 행정지원반을 구성하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르노삼성은 올들어 지금까지 천억원 가까운 돈을 생산라인 구축 등 설비공사에 투자했지만, 추가투자분 6천억원은 외국인직접투자로 인정받지 못해 모두 3백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다급해진 부산시 등은 지방세 부분이라도 감면혜택을 주려고 한 것.

그러나 부산시는 관할 강서구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 성사시키지 못했고, 한 푼이 아쉬운 형편인 자치구의 입장을 감안해 제시한 세금 감면액 만큼 보조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제안도 거절당했다.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자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계속 매력적인 투자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한국의 가동공장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동구권 공장을 키울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얼마 안 되는 지방세 감면보다 규모가 큰 국세부문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법인세 감면부분에 대해서는 기존의 외자유치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배당하지 않고 추가투자하는 것에 대해 혜택을 줄 경우 법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이 같은 사정으로 부산시는 결국 르노삼성이 납부할 지방세라도 감면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2. 보조금 지급 등 부산시의 중재노력과 함께 부산경제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강서구청이 르노삼성에 지방세를 감면해줘야 한다는 부산 경제계의 주문이 잇따르자,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부산 강서구청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경한 강서구청, 입장 변하나

강인길 강서구청장은 지난 7일 “구세감면 조례안을 반려하고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해 ‘구정조정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구청의 각 국,과장들이 참가하는 ‘구정조정위원회’에서는 르노삼성의 지방세 감면문제를 놓고 다시한번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강 구청장은 지난 6일에도 시청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례안을 구의회에 상정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힌 것으로 알려져 위원회의 결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구세감면 조례안을 심사하게 될 강서구의회는 그동안 지역기여에 무심했던 르노삼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구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서구의회 김진옥 조례심사특위 간사는 “르노삼성이 지역에 들어와 강서구의 경제활성화와 함께 지역민의 생계대책도 강구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그러지 못했다”며 “지방세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해서 르노삼성이 강서구청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의회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지방세 감면분보다 지역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가 확보된다면 지방세 감면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나와, 향후 르노삼성의 태도가 지방세 감면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CBS 박창호 기자 [email protected]/ 장규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