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07개 세무서 800명 투입 조사했더니
"매점매석 권력 이용해 계산서 맘대로 요구…
최고 5000만원 벌금‥처벌 가벼워 제도보완 필요"
철근가격이 폭등하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건설현장이 급증하고 있다. 폭리를 취하려는 매점매석으로 인해 핵심 자재인 철근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지난 9일부터 이들 철근 매점매석 등 건축자재 매점매석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전국 107개 일선세무서 조사과 세원정보팀 직원 800여명을 전격 투입, 매점매석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某 건설현장을 방문해 "매점매석을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라"고 지시했으며 국세청이 다음날 새벽 즉시 전국 세무서 세원정보과 비상소집명령을 내리고 건설현장 및 철근, 철강 및 생필품 관련 사업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정보수집에 들어간 것.
□"실상은 처참했다"= 9일부터 이틀간 매점매석 정보수집활동을 펼친 일선세무서 관계자는 "한마디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건설현장마다 철근값 폭등으로 일손을 놓고 있으며 철근 도매상들은 우월적인 권리를 이용해 '안 팔면 그만'이라는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
현재 서울 당산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某 아파트공사 현장의 경우 아직 토목공사과정이라 철근수요는 없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에이치빔(철골구조물)만해도 30%이상 단가가 올라갔다.
현장의 이某씨는 "에이치빔이야 전에 쓰던 물건도 재사용할 수 있지만 기초공사가 끝나고 건축공사가 시작되면 정말 큰일"이라며 "철근을 구하지 못해서 조업을 중단한 공사장도 상당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단속에 나선 세무서 관계자는 "아무리 절친한 거래처라도 부르는 게 값이고, 아예 물건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는 건설현장이 부지기수였다"며 "며칠만 버티면 훨씬 비싼 값에 철근을 팔 수 있기 때문에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르는 게 값, 세금계산서도 "맘대로"= 철근 값을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 철근도매상들은 과히 건설업계에선 권력자로 부상했다.
국세청 조사결과 이들은 우월적 권리를 악용, 세금계산서도 마음대로 요구해 탈세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을 꼬박 매점매석 현황파악에 나섰던 일선 세무서 조사과 직원은 "매점매석이 국세청과 관련 없는 일인줄 알았지만 현장에 가보니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철근 도매상들은 철근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악용, 건설업자들에게 실제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의 세금계산서를 요구해 소득을 탈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톤당 1만5000원의 철근을 공급하면서 세금계산서는 1만원짜리로 끊어오라고 요구하면, 철근이 절실하게 필요한 건설업자들은 1만원어치만 세금계산서를 끊고, 나머지 5000원어치 세금계산서는 자료상을 통해 허위세금계산서를 구매하게 되는 먹이사슬이 진행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런 현실은 국세청 현장조사에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수요와 공급관계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업자가 없기 때문.
국세청은 구체적인 탈세와 허위세금계산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적발돼도 5000만원만 물면 된다(?)= 문제는 이처럼 구체적인 탈세혐의가 포착되지 않을 경우 처벌수위가 너무나도 경미하다는 데 있다.
현행법에 따라 매점매석으로 단속될 경우 형량은 최고 5000만원 벌금이나 2년이하의 징역이 고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점매석의 단위가 수천만원이나 수억원대인데 기껏해야 5000만원도 안되는 벌금형이 대부분이다"며 "고물가 때문에 국민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형량의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거래한 내용이 적발돼 탈세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한 고물가를 이용한 매점매석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강만수 장관이 "끝까지 추적해서 과세하라"고 지시한 만큼 국세청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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