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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는 '조폭 + 정치권' 로비이야기

세기를 뛰어넘은 복마전, 조폭과 정치권의 '수십년 커넥션' 전모 공개

'코리아베가스' 노리는 악어와 악어새…'세기를 뛰어넘은 복마전'

사행성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조직폭력배가 성인오락실 영업장 관리권과 경품용 상품권 배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내용의 국가정보원 보고서가 25일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브로커 이아무개를 통해 정관계에 집단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성인오락실을 둘러싼 조폭과 정관계의 커넥션이 드러난다면 이번 사건은 수십년에 걸쳐 진화돼 온 복마전이 또 한번 증명되는 꼴이 되는 셈이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 제작·유통 과정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했던 검찰 수사가 조직폭력배 연루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사행성 오락실과 상품권 유통시장을 둘러싼 폭력조직들의 검은 공생 관계를 파헤치면서 정치권 인사의 배후설 등으로 자연스럽게 확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및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과정에서의 로비의혹 등과도 맞물려 있다.
그들의 검은 공생관계
지난 24일 국정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굵직한 조직폭력배들은 이미 성인오락실 운영권 등을 장악하고 있다.
전남 영광파 중간보스 안아무개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발행액 3위 업체인 'ㅎ상품권'의 전국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서방파 부두목 오아무개는 하루 평균 매출 1억∼5억원의 무허가 카지노 2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 관련 산업에서의 세금 탈루 소득액이 8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정원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국내 폭력조직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세력을 키워왔으며 특히 '돈줄'이 되는 대형유흥업소나 성인용 오락실 등을 장악해 끌어들인 자금을 바탕으로 조직을 확대해왔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 그리고 검찰은 이들 조폭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행산업으로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데는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데 무게를 두고 정관계 배후설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조폭과 권력의 '검은 공생'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폭력조직이 사행성 오락실이나 성인PC방 등을 중요한 자금줄로 활용해왔고 실제 권력에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다 적발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 1993년 '슬롯머신 대부' 정덕신 사건 최근 새롭게 회자
수백억원 탈세 거액 로비, 권력실세와의 공생 실체 드러나
그중 1993년 발생한 정덕진 사건은 '대규모 권력형비리'였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정덕진 사건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1993년 정덕진 사건은 당시 조폭의 자금줄인 '슬롯머신(일명 빠찡코)' 업계가 정권과 어떤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회자되는 '정덕진' 사건
지난 1971년 처음 등장 속칭 '빠찡코'라 불리는 슬롯머신은 20년에 걸쳐 관광호텔을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번졌다. 인허가권과 단속권을 경찰에 몰아준 결과였다. 경찰과의 공생 속에 동네마다 유사업소가 생겨났고, 결국 지난 1993년 '슬로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이 구속되면서 도박열풍은 정점을 찍는다.
1993년 당시 홍준표(현 한나라당 의원) 검사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된 수사에서 정덕진은 사행성 오락업을 운영, 수백억원을 탈세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조폭과 막강한 권력실세들의 공생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당시 자금추적 자료에 나타난 대로라면 정덕진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는 1백명도 넘었다. 서방파 두목 김태촌에게 거액의 활동자금을 건네준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이 사건으로 차기 검찰총장 선두주자로 촉망받던 이건개 당시 대전지검장이 구속됐고 이인섭 경찰청장이 법정에 섰다. 또 안기부 기획실장을 지낸 엄삼탁 병무청장, 천기호 치안감 등 내로라 하는 권력의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표적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석 달간 진행된 '슬롯머신 사건'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을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었다.
특히 '6공화국의 2인자'로 막강한 권세를 누렸던 박철언(당시 국민당의원)의 구속은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박 의원은 당시 정덕진 측으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4백82일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만기출소일을 두 달여 앞두고 1994년 9월 가석방됐다.

엄삼탁 당시 병무청장은 안기부 기조실장 재직 당시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6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엄삼탁은 서방파 두목 김태촌과도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90년 이후 '범죄와의 전쟁'때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 등 대규모폭력조직 두목들이 구속될 때마다 비호세력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처럼 막강한 위치의 인사들이 슬롯머신업자와 유착해서 검은돈까지 서슴없이 수뢰를 했다는 데서 이 나라 권력층의 도덕성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권좌에 오르기만하면 물불가리지 않고 치부에만 여념이 없는 부패상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세기를 넘어 진화하는 조폭
청와대와 검찰 안기부의 고위층이 줄줄이 구속됐던 1993년 정덕진의 슬롯머신 사건은 이들이 '노는 물'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덕진 사건 이후 사행성 오락업계는 된서리를 맞았고, 도박 열풍은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외국인 유치를 위한 관광산업과 IT 게임산업 육성이 적극 추진되면서 검은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1999년 제정된 '음반비디오물과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불씨가 됐다.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성인오락실용 게임물을 허가한다'는 조항이 화근이었던 것.
정관계 뒤봐주고…조폭 돈대주고…수십년간 검은 커넥션
'바다이야기' 통해 정관계·조폭 '권력형 비리' 또 드러날 듯

정부는 한 술 더 뜨는 정책을 내놓았다. 2002년 문광부 장관 고시로 게임 경품에 상품권을 추가시킨 것. 타오르는 도박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성인오락실의 경품이 상품권으로 대체된 것은 2002년 하반기부터의 일인데 당시만 해도 별 파괴력이 없었지만 사행성과 중독성이 강한 ‘바다이야기’와 상품권이 만나자 얘기는 달라졌다. 게다가 사행성 성인오락실의 운영권에 조폭이 직접 가담을 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실제 지난 6월 부산지역 폭력조직 '신20세기파'와 '서면파'가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직접 운영하다 적발됐고, 같은 달 부산지검에 의해 '칠성파' 간부 고아무개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부산지역 '하단연합파'는 지난해 7월부터 하단동 오락실 업자 3명에게 자신의 환전소를 이용하라고 협박해 2천5백여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환전소에도 폭력조직이 깊숙이 개입된 정황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DJ 정부 때 생겨난 '호남커넥션', '이용호 게이트' 등에서 보듯 기업합병에 관여거나 벤처사업에 투자하는 식으로 조폭들의 격(?)을 높여갔다. 그동안 축적된 자본과 인맥을 바탕으로 '금융마피아'로 사업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때로는 정치권의 비호를 받고, 때로는 철퇴를 맞으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며 진화해 온 셈이다.
검찰 수사의지 어느 정도?
이 같은 '과거사' 때문에 대다수의 정관계 인사들은 이 사건이 김영삼 정부 시절 빠찡코업체 대부 정덕진 비리나 김대중 정부 때의 이용호·진승현게이트에 버금가는 권력형 사건으로 비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에 걸쳐 진화돼 온 조폭과 권력의 유착관계에서 드러나듯,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 역시 성인용 게임업계를 비호해온 배후는 각계에 걸쳐 의외로 폭넓게 포진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측근이 '바다이야기'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권력형비리'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대통령 측근의 재직기간에 바다이야기가 전국의 성인오락실을 평정한 점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그가 영입된 회사가 합병 소문이 돌던 시기에 문화상품권이 오락실 경품용으로 전용될 수 있게 됐으며, 바다이야기는 영등위의 허가를 받아 성인오락실에 올려졌다.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게임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브로커 이아무개를 통해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 정관계에 집단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조폭의 정관계 로비와 연루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와 관련 우종식 게임산업개발원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김용환 안다미로 대표 등 19개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와 대주주 등 50명을 전격 출국금지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현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관계 거물들과 그 측근은 물론, 거물급 폭력조직도 거론되고 있어 어느 누구도 수사선상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엄정한 수사로 그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것만이 수십년간 진화해온 악의 요인을 뿌리뽑는 첩경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상황. 하지만 공연히 애꿎은(?) 피해자만 낳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검찰의 수사 의지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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