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현역 입영대상자 중 자녀 한 명 이상을 둔 기혼자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집에서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고 한다. 입대 당시 자녀가 없었으나 군 복무 도중 아이를 갖게 되는 기혼병사도 본인 의사에 따라 집에서 가까운 부대로 재배치되어 출퇴근이 가능하다니 기혼 입대자들의 고민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부인의 산후조리를 돕거나 영유아 양육 및 집안 일을 분담하는 등 출산 장려 차원에서 실시된다는 게 병무청이 설명하는 이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나라에 충성하고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의 의무에 출산과 인구조절기능이 추가된 것은 의아스럽다. 더욱이 제도 악용 소지까지 있다.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해 결혼과 자녀 출산을 서두른다면 조혼이 유행할 수도 있다. 물론 조혼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자녀를 둔 입영대상자가 연간 1100명 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해 아이만 낳으면 현역 입대를 면하게 된다는 풍조로 인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위장 결혼, 특히 부유층 중심의 조혼 등 '변칙'이 횡행할 소지가 다분하다. 부유층 대졸자들 가운데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의 예가 있지 않은가.
상근예비역은 현역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속감이 결여돼 군 생활에 소극적이게 마련이다. 모든 생활이 동일한 공간과 일에 투여됨에 따라 현역병들에게 나타나는 병영생활의 일관성이 상근예비역에게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출산 장려 명목으로 출퇴근 병(兵)을 양산하는 상근예비역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니 기대 못지 않게 걱정이 앞선다.
상근예비역 전환의 성공여부는 군 기강(紀綱), 전투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이중생활'에서 생겨나는 부정적 요소들을 해소하는 대안이 동시에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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