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70사단 199연대 2대대 5중대에서 실시한 쌍용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예비역 4년차입니다. 저도 동원사단출신이어서 동원훈련은 현역때도 많이 뛰어봤고 예비역으로도 신물나게 뛰어봐서 그 바닥 돌아가는 모양을 잘 알고 또 일반동원보다 쌍용이 훨씬 힘들다는것쯤은 알고 각오하고 훈련받으러 갔습니다. (진단서 끊어서 훈련 연기하면 된다는것은 알지만 사실 그것도 귀찮았구여)
뭐 다른 훈련은 별로 불만이 없고 다 할만했습니다. 식수나 식사 개인위생시설들이 열악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육군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별 불만없습니다. 그정도 시설이라도 마련하기 위해서 그 부대 장병들이 얼마나 힘들었지도 충분히 짐작이 가구여.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쌍용훈련 3일차오후에 일어났습니다. 훈련내용은 부대 집결지 점령을 위해서 단독군장상태에서 산길을 약 15키로 정도 걷는..말하자면 행군비슷한거였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전 m60사수입니다. m60이 일반소총보다 무게가 3배이상 무겁게 나간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현역때 행군할때도 m60은 각 분대안의 사수와 부사수들이 나눠서 들고 다녔습니다. 근데 그런총을든상태에서 일반 소총든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페이스로 계속 산길을 걸어가는 겁니다.
전 다른 사람들도 다 참고 열심히 하는 상태에서 혼자 빠지기 싫어서 그냥 꾹 참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저보다 훨씬 가벼운 총(k2나 m203)을 든 사람들도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전 너무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할 기운도 없어서 그냥 끙끙대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가도가도 도저히 끝이 안보이는 겁니다. 주위를 살펴봐도 아무 권한도 없는 조교들뿐이고 가끔씩 간부를 만나도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말뿐이어서 결국 거의 탈진한 상태에서 집결지까지 겨우겨우 기다시피해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 한시간반정도 휴식과 식사할시간이 주어졌는데 전 그시간동안 거의 쓰러져서 있었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어깨는 끊어질듯이 아프고... 전투복은 온통 땀에 완전 쩔어서 장난이 아니었고 뒷쿰치도 까지고 발바닥 전체에 다 물집이 잡혔습니다.
누워서 헉헉대면서 생각해보니 다시 돌아갈일이 까마득한 겁니다. 올라오느라고 거의 탈진해버렸는데... 완전히 탈진하고 아픈상태에서 돌아갈일이 막막해 주변에 보이던 중대장에게 건의를 했습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냐고...일반소총을 든 사람보다 훨씬 무거운 총을 든 상태에서 그사람들도 힘들어하는 페이스로 계속 가는데 이건 뭐 60든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무게로 따지면 k2소총 세정반을 들고가는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총을 바꿔주던지 아니면 총을 차에 실어주던지 아니면 첨부터 부사수들을 확실히 배정해서 훈련간에 지장이 없도록 해줘야하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랬더니 중대장이 알았다고 하면서 나중에 돌아갈때는 60든 사람들을 따로 편성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조금 지나서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내려가는데 올때랑 똑같은 상태로 다시 복귀하는겁니다.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더군요. 결국 10분쯤 더 가다가 저와 60든 사람 한명, 그리고 사타구니에 염증이 생긴사람 한명, 발을 다친 사람 한명 이렇게 4명이 따로 낙오되었습니다.
조금있다 통제관으로 있던 소령한명이 왔습니다. 그때쯤 되어서 저와 같이낙오한분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사람들도 소산지에서 저와 비슷하게 건의를 했었는데 그냥 묵살되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특히 사타구니가 다 헐어서 염증이 생기신 분은 정말 화가 나셨던지 무조건 참으면서 가라는게 말이 되냐고 한참동안 욕설을 늘어놓으시더군요. 조금만 신경을 써줘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을건데 무조건 참고 가라는게 말이 되냐고 말입니다. 높은 간부들은 권총만들고고 차타고 다니고 다른 간부들도 가벼운 소총만 든 상태에서 다니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이 그렇게 하는데 예비군들 그중에서도 저같이 재수없게 무거운 개인화기를 든 사람들이 얼마나 고초를 겪는지 알턱이 있겠냐고 항의하시더군요.
결국 저희들은 한참 기다리다 낙오자를 태울 군용트럭을 타고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희중대 m60사수 9명중 4명이 낙오햇더군요. 완주한 사람 5명도 친한 예비군들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들어줬기 때문에 온사람들이고...하여튼 전 완주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밤에 불침번을 따로 서라고 해서 밤에 두시간동안 불침번을 서고 오늘 집으로 돌어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는겁니다 .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군생활 하루이틀하는것도 아닌 분들이 m60과 소총간에 무게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도 모르실리는 없지않습니까?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완주하고 싶었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다하고 낙오해서 다른 예비역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밤에 불침번까지 추가해서 서고... 이럴줄 알았으면 첨 훈련시작할때 m60 총 수령을 거부하고 저도 남들처럼 k2로 바뀌덜라고 했을겁니다. (참고로 제가 현역때 동원훈련뛸때에는 m60든 인원들은 따로 분류해서 최대한 이동거리를 짧게하게 훈련을 잡았습니다. 그래도 그때 훈련을 지휘한 간부들은 무거운총을 든 사람과 가벼운총을 든 사람을 같은 페이스로 굴리면 무거운쪽이 먼저 지친다는 상식정도는 있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군요. 거기다 높은 간부들은 권총만들고 그냥 차타고 다니고 총들고 다니는 간부들도 가벼운 소총만 들고 다녀서 무거운 개인화기든 사람들 사정은 이해가 안되는 겁니까? 그런 겁니까? 아니면 m60인원이 적으니까 그냥 무시하고 훈련 진행시켜도 별상관없을거라 생각한겁니까? 일반예비군들에게 케이투소총 세정반씩 주고 행군하라고 해보십쇼 어디한번..아마 단체로 훈련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날겁니다.
저도 쪼잔하게 다 끝난 훈련가지고 이렇게 불만을 늘어놓기 싫었습니다. 솔직히 이런글을 쓰기도 귀찮습니다. 내년부터는 향방으로 빠지기때문에 더이상 동원뛸 일도 없구여. 근데 이건 생각해봐도 너무 아닌겁니다. 제 뒤에 훈련하러 올 m60예비역자원들도 저와 똑같은 일을 당할걸 생각하니 이런일은 건의해서 시정할수 있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돌아와서 피곤한 와중에서도 이렇게 몇자 적었습니다.
만약 제 의견이 쌍용훈련의 본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거라면 제의견을 묵살하고 삭제하십쇼.그러면 뭐 저도 대한민국 예비군은 원래 그런거니 하고 그냥 포기하고 말죠. 뭐....
이상입니다.(제 이름과 민번으로 실명인증이 안되서 부득이하게 형 이름과 민번으로 인증했습니다. )
p.s: 육군홈피에 가보니 어떤분이 소령이상의 간부는 전시에 권총만 들고 다닌다고 하는군요. 제대한지 오래되어 깜빡했음. 그부분은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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