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국에 지정된 35개 국가산업단지는 3억1299만9000㎡(9468만1800여평)가 개발된 상태인데, 이 중 3억306만1000㎡(9167만5600여평)가 분양을 마쳐 96.8%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88∼89년 조성이 추진된 강원도 동해시 동해북평단지,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 장항읍 일대 군장단지, 전남 영암군 삼호면 대불단지는 전체 부지의 20∼60%가 길게는 10년 이상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사업비 1092억원을 투입해 95년 부지조성 공사를 마친 동해북평단지는 유상공급 대상 55만3000평 중 20만9000평이 분양돼 분양률이 38%에 그치고 있다. 시행자인 토지공사 측은 보증금 절반에 10년 임대 조건을 내거는 등 수차례 ‘바겐세일’을 벌였으나 분양률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장단지 중 2002년 2단계 공사까지 끝난 군산지구는 유상공급 대상 부지 307만4000평의 56%인 171만여평만이 분양됐을 뿐이고, 장항지구 374만평은 89년 8월 국가산업단지으로 지정된 지 16년 넘게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장항지구는 94∼95년 해안매립을 위한 어업권 보상비용으로 1753억원을 지급한 상태로 수백억원의 금융비용만 낭비하고 있다. 군장단지는 군산과 장항지구간 개발 진척도 불균형으로 두 지역간 갈등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사업비 4112억원 규모의 대불단지는 90년 12월부터 공급을 시작했으나 분양실적이 저조해 수차례 분양조건 변경 등을 통해 15년만에 분양률을 78%로 끌어올린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은 업계 수요가 크지 않았는데도 과거 정부가 ‘서해안 시대’ 나 ‘북방정책 전진기지’ 등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대불단지와 군장단지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새만금사업 등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세운 서해안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는데, 호남권 민심을 겨냥한 정치적 배경도 깔려 있다. 동해북평단지는 1975년 12월 지정되긴 했으나 89년부터 러시아와의 북방교역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성결대 도시계획학부 박영철 교수는 “산업단지를 정치적인 배경에서 조성했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요가 있다면 공장부지를 미리 공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10년 가까이 방치되는 상황에서는 금융비용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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