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납하면 좋은 곳으로 갈텐데, 이런데서 고생하시냐.”
26일 오후 광주시내 모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하루전 붙들려온 취객에게 이런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내렸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술김에 하는 농담으로 들었지만 이틀전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전남경찰청 전·현직 간부 5명의 ‘뇌물수수 사건’을 빗댄 말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 푸념했다.
‘잡혀온 사람들’마저도 이렇게 당당히 나무랄 정도면 일반 시민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따가울 것인가, 하는 지레짐작에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고도 했다.
이런 하소연은 만나는 경찰 모두가 한결같았다. 이번 사건으로 2004년 전남경찰청장을 지낸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등 관련자들이 사표를 내거나 징계를 받을 처지가 됐다.
당사자들은 “재수없게 걸렸다”고 한탄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 전체에 엄청난 불명예를 안겨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직 전체가 대변신을 해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냥 두루뭉실하게 넘어간다면 안팎으로 ‘영(令)’이 서지 않을 수 있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쯤되면 뭔가 상처난 조직을 다독거릴 만한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간부들은 그 흔한 ‘자정선언’이라도 해봄직하다. 일부에선 ‘예전에 바친 만큼 나도 걷어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유혹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뇌물인사청탁’은 금방 들통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금품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한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부하들도 해야할 일이 있다. 뇌물로 승진한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왕따’를 시키는 일이다. 그런 부류 인사들은 이미 조직 내에 대개 알려져 있다.
이들에 대한 압박은 경찰조직을 위해서도, 시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배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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