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찰서로부터 <관할서, 담당자의 성명을 밝히지 않는 느닷없는 전화>를 받고 여기에 글을 쓴 바 있다. 이글은 오늘 있었던 이야기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실명은 거론하지 않고 익명으로만 표시할 생각이다. 관할경찰서나 담당 경찰의 사정을 최대한 고려해주려는 것이다.
굳이 실명을 거론하라면 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라도 경찰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참고하라는 취지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 낮에 집에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이 집에 모모씨가 사느냐? 마산 경찰서로부터 수사촉탁을 받고 주소확인을 위해 왔다.>라고 했다.
나는 2개월전인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A라는 사람과 입씨름을 한 바 있다. A남이 훨씬 연상의 B녀에게 하도 심하게 하기에 '그렇게 하지 마라.'라고 충고하다가, 그가 계속 심하게 하기에 <넌, 000000>라고 다섯 자를 적은 적이 있다. A남은 이 <00000>라는 다섯자에 열받아서 나를 모욕죄로 고소한 모양이다.
나는 나를 찾아온 C에게 소속과 계급을 묻고 혹시 어제 집으로 전화를 했는지 물었다. 그는 00경찰서 <경사>인데,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C으로부터 소환통지서(?)를 받고 그 통지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D경장을 찾았다. 그리고 D경장에게 <어제 우리집으로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그는 그런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나는 참으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분명, 오늘 인적사항을 확인하러 왔다면, <어제> 모욕죄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전화를 걸어왔을 것이 분명한데, 정작 담당 D 경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어쨋든, 나는 밤 8시경에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D경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재차로 <어제 우리 집에 전화한 적이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다시 확인해 주었다.
나는 곧장 내가 모욕죄로 고소당한 그 사건에 대하여 진술하기 시작했다. <00000>라고 다섯자를 인터넷에 적은 것 때문에 모욕죄로 고소당한 사건이므로 수사가 금방 끝날 것으로 알았는데, 10개도 안되는 질문을 가지고 밤 10시 30분에야 진술이 끝났다.
담당 D경장이 사건에 대하여 대충 파악을 하고 질문서를 미리 만들어놓았다면 금방 끝날 사건인데, 담당 D경장이 내가 온 후에 질문을 만들고 내 진술을 <독수리 타법>으로 워드 치느라 2시간 30분이나 걸린 것이다.
물론, 담당 D경장의 수사 자체를 문제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많다보면 미리 사건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고, 질문서를 미리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진술 중간에 이 사건의 담당자도 아닌 F경장이 다가와 자리를 차지하면서 다시 조서를 작성하면서 <00000라고 말했다면 상대방이 당연히 모욕감을 느낄 것으로 알고 있었겠네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역시 이 사건의 담당자도 아닌 E경장이 담당 D경장 옆으로 다가와 <00000라고 말했다면 당연히 기분 나빠하겠네. 모욕할 목적이 있어 보이네.>라고 운운하는 것이었다.
나는 적잖이 기분 나빴다. D,E,F 3인의 경찰이 한꺼번에 그런 식으로 몰아부치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대뜸 E경장에게 <지금 유도신문 하는 겁니까? 그리고 아저씨가 이사건 수사관이시오? 전후 사정도 안 들어보고, 무턱대고 그렇게 나를 범죄자로 취급하다니, 아저씨가 무슨 판사요?>라고 한마디 해주었다.
가뜩이나 당담 D경장의 어리버리한 수사가 다소 짜증났는데,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E,F가 중간에 끼어들어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나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E에게 <아저씨의 성함과 계급을 말해보시오.>라고 물었다. 그리고 E로부터 이름과 계급을 알아내고 내 수첩에 이름과 계급을 적어두었다.
담당 수사관이 아니면, 남의 사건에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전후 사정도 안 돌아보고 그렇게 몰아부쳐서도 안된다고 본다.
어쨋든, 그런 우여곡절 끝에 진술이 끝났고, 나는 담당 D경장에게 <그렇다면 도대체 어제 우리집에 전화한 경찰이 누굴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런데 담당 D경장이 사건 기록을 뒤적이더니, 그 기록에 내 인적사항과 집전화번호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 어제 내가 전화했네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소 어이가 없어서 D에게 <어제 저희 집으로 전화하신 것이 이제야 생각나십니까?>라고 재삼확인했다. 그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나는 <설마요. 어제 자신이 전화해놓고도 기억 못할 리가 있습니까? 혹시, 어제 다른 분에게 전화하시고 착오를 일으키시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D는 <아니에요. 내가 아니라면 전화를 걸 사람이 없어요. 내가 전화한 것이 확실해요. >라고 답했다.
내가 다시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니까, 그는 <직접 모친과 통화를 해보면 제 목소리를 알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D의 자리에서 우리집으로 전화를 걸어 그와 모친간에 통화를 했다.
모친은 <당신 목소리가 아닌데...>라고 했고, 그는 <내가 전화한 것이 맞구요. 통화하면서 관할 서와 내 이름도 말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모친은 <어디 근무하는 누군지 안 밝혔다. >라고 주장하셨다.
이를 지켜보는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밤 10시 30분까지 퇴근 못하는 경찰들의 애로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좀 넌센스다. 자기가 전화를 해놓고도 전화한 사실도 기억 못하고, 자신이 소속과 성명을 밝혔다고 주장하는 것도 참으로 웃겼다.
그래서 나는 <아, 그래요? 그러면 제 어머니께서 귀가 어둡거나 치매시라는 말씀이신가요?>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그리고 그런 류의 진실게임은 무용하다고 생각되어 전화를 끊게 했다.
나는 밤 11시넘어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다시 확인했다. 어머니는 거듭 이렇게 말씀하셨다. <담당 경찰은 어느 소속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았고, 그것을 묻기도 전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끊었고, 어제 전화를 다시 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나는 통화내용을 녹음해두지도 않았고, 누구 말이 만즌지 확인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모친이 전화를 잘못받았을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담당 경찰이 소속과 성명을 밝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담당 경찰은 어제 오후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주었어야 옳았다. 적어도 전화번호는 남겨주면서 차후에 전화를 달라고 했어야 옳았다.
사실, 어제 나는 발신자 확인을 위해 두번이나 KT전화국으로 발신자 확인이 가능한지 물었다. 처음에는 장난전화로 여겼던 것이다.
어쨋든, 결국 어제와 오늘의 일은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체불상의 전화를 받고 어제 공연히 하루를 뒤숭숭하게 보냈고, 오늘은 상당히 웃긴 경찰 3인 때문에 적잖이 황당했다.
이글을 통해 경찰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하나, 경찰의 명의로 시민에게 전화를 하려거든, 시민 중에 치매걸리거나 귀가 어두운 노인이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하면서 또박또박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제대로 밝혀 주었으면 한다.
둘, 자신이 전화를 했거든, 그것을 기억하거나 최소한 기록에 남겨두었으면 한다. 뒤늦게 이와같은 해프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셋, 참고인을 소환하려거든 미리 사건에 대하여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을 한 후 질문서를 미리 작성해두었으면 한다.
넷, 워드치는 연습을 미리 하여두어서, 질문 7개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하는데, 2시간 30분이상 까먹지 않았으면 한다.
다섯, 사건이 담당자가 정해져 있다면, 다른 경찰은 함부로 끼어들어서 감놔라 배놔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건의 내막도 잘 모르면서 자신이 판사라도 되는양 참고인을 범죄인 취급하는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오늘 해프닝중에 출연했던 3인의 경찰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한다. 그들이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는 점, 나름대로 본성이 착한 사람들인 것 같다는 점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내 사건 담당 경찰의 경우 비록 어리버리하지만 사람이 매우 착해보였고 그런 어리버리함이 오히려 인간적인 동정심을 들게 했다. 하여, 공연히 인터넷 상에 실명을 거론해서 그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내 사건의 담당이 아니면서 공연히 끼어든 00경장도 불쌍해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나이가 거의 50세는 넘어보이던데 아직도 계급이 경장이라면, 나름대로 마음 고생이 매우 심할 듯도 하다.
어쨋든, 어제와 오늘 00경찰서의 경찰들로 인하여 나는 적잖이 웃었다.
대한민국 경찰, 예상 외로 얼빵하고 어리버해보인다. 이들에게 수사권을 넘겨주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 하다. 공연히 경찰측 주장만 믿고 수사권을 넘겨주면, 시민들만 쌩고생할 듯 하다.
PS>
경찰청 홈페이지에 글 쓰기 너무 불편하다. 홈페이지에 메뉴가 너무 많은지, 뭘 클릭해도 너무 늦게 열리고, 여차하면 컴퓨터 전체가 다운되기 일쑤다.
내 컴퓨터 자체가 용량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이트는 잘도 들어가고 글이 잘 쓰인다.
홈페이지부터 좀 개선하여 글 한자리 쓰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게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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