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삼성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고도 관련자를 모두 불기소하기로 해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광재 의원이 6억원을 받았고, 한나라당이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24억7천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입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16일 지난해 3월 이후 1년 반 넘게 지속된 삼성 채권 수사를 종료하며 “아무도 사법처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죄는 있지만 처벌은 못한다?=검찰에 따르면 삼성 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사장은 지난 6일 검찰조사에서 결정적 진술을 했다. 2002년 5월과 11월 각각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기획팀장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자금창구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삼성이 6억원어치 채권과 24억7천만원어치 채권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종료된 대선자금 수사때는 나오지 않았던 사실이다. 이로써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건넨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한나라당이 324억7천만원으로 늘어났고 노캠프도 21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이의원은 지난 5월, 서변호사는 지난 달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도 같은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애초부터 약했던 수사의지=검찰은 지난해 3월 삼성 채권 중 일부가 금융기관을 통해 현금화됐다는 사실을 포착하고도 삼성의 채권매입을 담당했던 최모 부장 등 핵심관계자들이 해외로 출국하고 없다는 이유로 내사중지 처리했다.
그 후 최부장이 지난 5월 귀국할 때까지 검찰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최부장을 검거하는 데도 4개월이 걸렸다. 최부장으로부터 삼성이 매입한 채권의 일련번호를 넘겨받으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이의원의 채권을 현금화해준 최씨가 베트남으로 출국하고 없었다. 최씨는 지난 12일에야 귀국했고 “이의원에게 채권 6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의원을 횡령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건희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전달 인지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치자금 부분은 이학수 부회장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알아서 했다고 하는데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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