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언제부터인지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평범한 40대 남자를 잡아가 수사하면 무슨 죄든지 나온다.' 털면 먼지가 안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물며 재벌그룹을 작심하고 털면 안나올 재간이 없다. 검찰이 한달에 걸쳐 현대차그룹에 대해 주요 계열사 압수수색, 정몽구 회장을 포함한 주요 CEO를 소환해 수사했으니 범법사실을 찾지 못할 리 없다.
내부 제보자까지 있었으니 현대차를 완전 발가벗기기에 충분했다. 검찰 눈으로 보면 현대차는 범죄집단이요, 정몽구 회장은 범죄 수괴 정도로 비쳐졌을지 모른다.
재벌그룹들은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으로서의 원죄, 경영 과정에서의 죄, 후계자 계승 과정에서의 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분할 수도 있다. 때문에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항변할 수 있다.
신호등을 위반하는 여러 승용차 중에 경찰이 딱 하나의 승용차를 잡아 스티커를 발급했다고 가정해보자. 걸린 승용차 운전사는 왜 나만 잡느냐고 항의한다. 경찰은 단속의 권한은 전적으로 경찰에 있다고 말하면 더이상 할 말이 없게 되는게 현실이다.
법의 잣대는 공평해야 한다. 누구는 인치 자로 재고, 누구에겐 센티미터 자를 들이댄다면 이미 그건 형평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존엄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공평한 처벌을 받는 자는 응어리가 남게 된다. 이게 많이 쌓이면 국가나 사회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차나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 그동안 그 많은 비자금이나 정치자금 사건 등으로 죄(罪)를 지어온 재계 총수들과 비교해 지금 자기들이 받고 있는 벌(罰)을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
과거 범법행위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에 대해 검찰은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바가 크고,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인신구속은 하지 않았다. 삼성이나 두산그룹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만은 달랐다. 수사방식이 달랐고, 그 과정이 달랐으며, 처벌수위도 달랐다.
재벌 총수든, 일반 백성이든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너무나 차별화된 이번 현대차 사건을 보면서 검찰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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