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발명품 경진대회 대리 출품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검사 자녀가 연루된 사실을 알고도 한 차례 참고인 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검사가 아닌 학부모 3명은 예외없이 형사입건했다. 이에 따라 검찰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6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10월18일 구속된 서울시교육청 연구관 김모씨(51)는 모두 16건의 작품을 대리 출품했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경찰은 이중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8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며 전·현직 검사 3명이 5건의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인지했다. 이들은 현직 검사장급 인사와 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전직 재경지청 차장검사다.
하지만 경찰은 학생 어머니만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조사했다. 계좌추적은 아예 시도도 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없어 계좌추적을 하지 못했다”며 “의혹을 받은 학생들도 주도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경찰은 8개 출품작 지도 교사를 모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했다. 이들 8명중 5명은 검사들 자녀의 출품작 지도교사다. 조사한 모든 사람들 혐의는 입증했는데 유독 검사 학부모 뇌물공여 혐의만 입증 못한 것이다.
황용수 경찰청 특수수사과 2팀장은 “김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나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10월27일 이후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사 부인들도 김씨가 혐의를 부인한 직후 경찰에 출석했다”며 “검찰 송치 이후에도 추가수사가 가능하지만 관행상 어려워 계좌추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황팀장은 16일 오전 비리의혹에 연루된 검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수사과정에서 검사가 연루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부랴부랴 “조직을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0일 전에 이 사건을 경찰이 송치한 뒤에야 검찰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관련 검사들의 계좌추적까지 샅샅이 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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