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F(Human Rights Features)는 인도 뉴델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인권시민단체인 SAHRDC(South Asia Human Rights Documentation Centre, http://www.hrdc.net/sahrdc)와 HRDC(Human Rights Documentation Centre, http://www.hrdc.net)에서 공동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서비스로서, 분기마다 발행하는 HRF quarterly, 격주로 발행하는 HRF fortnightly, 또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매년 3월 중순부터 6주간 개최되는 UN인권위원회 총회 행사기간동안 1주간격으로 발행하는 HRF special edition의 세가지 종류가 있으며 아래 칼럼은 2005년 3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 정기총회 기간 중 5번째 주에 발행 HRF special edition 7.5호의 8페이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법부 편향 , 인권에 중대한 위협

한국의 검사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우월적 지위와 판검사 간의 유착으로 인해 사법기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 사법부의 정치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증거관련규정과 증거방법[대상]이 현실과 괴리가 심하여 사법절차가 약화되고 피고인의 인권이 침해받는다.

검찰은 공판 이전절차와 공판절차 내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 과정에서 예단, 부패, 절차상 권한남용의 우려가 크다.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범죄의 수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사법경찰관의 지휘와 감독, 형집행의 지휘와 감독을 할 의무와 권한이 있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접수한 인권침해 진정사건 통계에 따르면 검찰을 상대로 한 진정사건의 대부분이 검찰권한 남용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법원에서는 관행적으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진정성에 대한 검토없이 증거로 인정해 왔다. 증거란 것은 유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데도 말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수사서류는 유무죄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증거로 채택되고, 피고인과 담당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판사에게 정상참작을 애원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또한 지난해 12월에야 비로소 “유죄입증을 위해서는 피고인의 진술조서와 법정진술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바 있다. 위 사건에서 목격자는 검찰조사를 받을 때 검찰의 강압에 의해 거짓진술을 했기 때문에 법정진술과 조서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판결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피고인의 유무죄는 검찰의 진술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번 판례가 실제 공판에 적용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판사는 무죄판결을 내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 1심 유죄판결률은 자그마치 99%이다. 검찰이 기소할만한 수준의 증거만 있으면 이를 토대로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판사의 태도가 문제다. 그 결과 검찰의 기소와 동시에 피고인은 지체없이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 법원의 판단은 검찰이 이미 결정한 사항에 대해 승인을 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비준한 ‘시민권과 참정권에 관한 UN국제협약’ 제 14조 1항 위반이다. 위 협약 제 14조 1항에는 “모든 사람은 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관할권을 가진 독립적이며 공평한 법원으로부터 공정하게, 공개적인 심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형식적 재판의 또다른 폐해는 피고인 담당 변호사의 반대심문 의지를 사전에 꺾는데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한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는 공히 “피고인은 유죄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 이 조항은 피고인의 유죄입증 그 자체보다 피고인의 유죄를 결정하는 시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법원의 판단 이전에 검찰이 미리 신속하게 유무죄를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시민권과 참정권에 관한 UN국제협약”에 비준하였으며 이 협약 제 14조 2항은 “형사소추를 받은 사람은 법에 따라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누구나 무죄로 추정될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무죄를 주장하고 유죄추정을 피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해야 할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유죄의 심증이 굳어진 상황에서 목격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법정에서 피고인을 돕기 위해 진술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결국 법원의 소환을 무시하고 최고 5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최근의 적절한 사례로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세계태권도 협회의 창립자인 김운용씨의 경우를들 수 있다.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2003년에 북한이 2010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자 한국 정치인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희생양이 된 양심수로 표현한다. 대법원은 2005년 1월 14일 “김운용이 공금의 인출사유와 처리에 대한 신빙성있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으므로, 공금횡령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은 종종 정부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사법적인 판단을 자제하거나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 통상 사면, 집행유예의 형태를 취하는 사법부의 정치화는 결국 사법부의 독립성이라는 핵심가치를 훼손시키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일보는 "사법부는 피고인과의 협상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와 같이 관대한 처분을 내리게 되며, 고위인사가 개입된 의혹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라고 보도하였다. 이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UN의“사법부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 제2조에 위반된다.

검찰이 여당의 정적(政敵)을 기소하는 부당한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청법은 "검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모든 정치적 편향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UN의 '검사의 역할에 관한 지침' 13조(a)와 일맥상통한다.

판검사 간의 유착도 만연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국제법학자위원회가 주장하는 사법부 독립의 필수요건인 '법관 개개인의 독립'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 법조계에는 인맥을 중시하는 한가지 전통이 있다. 판사와 검사 모두를 사법연수원이라는 2년 의무 직무교육기관 졸업생 중에서 임용하고 있다. 이는 판검사 유착을 야기하는 중대한 원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관예우라는 관행이다. 변호사를 개업하여 활동하는 전직 판검사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이다 ; 판사나 검사로 공직생활을 마친 후 이들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전 동료나 후배들이 업무상 특혜를 제공한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판검사출신 변호사는 개인적인 인맥이나 친분을 활용해 공판에 영향을 주거나 피고인의 희생을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누려 결국 사법부의 독립을 더욱 훼손시키게 된다.

이에 관한 최근 사례로 검찰은 8명의 공직자에 대해 기소할 근거가 없다거나 혐의가 없다고 결정하였다. 이들 중 한명은 술집에서 기록한 성매수자 리스트에 기록된 판사였다. 서울고등검찰청 강익중 검사는 "A판사가 성매매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 또한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이번 성매매사건에 연루된 다른 피의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기소유예 결정을 한 점을 고려해 A판사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검사들은 술집 주인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두차례나 기각한 다른 판사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검사들도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 지금까지 이번사건과 관련하여 기소된 고위공직자는 한명도 없다.

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대법원장이 추천하여 임명된다. 경향신문에서는 "판사 개개인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공정성이 아니라 판사의 진급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사법부 고위법관들이다.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영향 탓인지, 장유유서 문화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가 사법부의 위계질서에 투영되어 있다. 2003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에서 "기존의 연공서열이 아닌 실적에 따른" 임명 및 진급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 학계와 일부 법관들은 현재의 검사제도에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2004년 101명의 법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7%가 검사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46.4%가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정치적 편향성을 꼽았다. 정준영 판사는 검찰이 수사를 독점하고 동시에 법원이 검사작성 수사서류를 그대로 증거로 인정하는 이런 체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안성렬 변호사는 내일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형사사법체계와 이러한 체계를 운영하는 검찰은 국민들의 인권이 지속적으로 신장되고 있는 현재 추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당면과제는 기소절차 전 단계에 있어 인권침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요소를 줄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러한 구상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하루속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