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검찰경찰비리 > 나사풀린 교도행정

항공사 여승무원을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호송대기중 검찰청사에서 달아난 민병일(37)씨가 탈주 11시간 만인 3일 새벽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성남 중부경찰서는 3일 오전 2시쯤 성남시 수정구 수진1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친구와 만나려던 민씨를 검거했다.

◈탈주 및 검거과정=민씨는 2일 오후 3시5분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성남지청 구치감에 유치됐다가 2중 수갑을 찬 채 탈주했다. 교도관들이 성남지청에서 서울 성동구치소로 가는 호송버스에 민씨를 태우기 위해 포승을 묶으려는 순간 민씨는 교도관을 밀치고 비상계단을 통해 청사밖으로 빠져나갔다.

수갑과 수인복을 착용하고 맨발로 도주했던 민씨는 성남지청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가정집에서 훔친 운동복과 신발을 착용하고 달아났다. 민씨는 도주 30분 뒤인 오후 3시30분쯤 수정구 신흥동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애인(41)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통화에 실패했다. 그는 또 오후 4시5분쯤 중원구 중동에서 공중전화로 중학교 동창 최모(37)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이 있느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했다.

이어 민씨는 오후 6시 중원구 상대원3동 공영주차장 인근 소공원에서 쇠톱을 주웠다. 약 4시간 동안의 작업끝에 민씨는 수갑을 잘라 흙속에 파묻었다. 민씨는 오후 10시쯤 공원을 나와 중원구 금광2동으로 이동, 3일 오전 0시30분께 공중전화로 친구 김모(38)씨에게 옷을 가져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오전 1시55분쯤 김씨가 사는 수정구 수진1동 집근처에 나왔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민씨를 면회했던 친구 김씨에게 전화가 올 것을 기대하고 김씨집에서 대기하던 중 민씨의 전화를 듣고 잠복중이었다.

민씨가 성남지청을 탈주한 뒤 체포될 때까지 11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총연장 5㎞ 정도밖에 안되는 곳인데다 민씨가 한번도 검문검색을 받지 않아 경찰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멍뚫린 교도행정=무기징역형을 받은 강도살인범이 검찰청사를 불과 1분만에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근무수칙을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민씨의 호송을 담당하던 교도관들은 포승을 하는 등의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채 교도관실 복도 앞 철창문을 열어둬 민씨가 달아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줬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김세동기자 [email protected]

기사 게재 일자 200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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