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직이 60년전 조직이냐?
격을 높여라...



[사설] 자식한테 부모 욕까지 하게 한 전·의경 내무반<세계일보>입력 2011.01.30 (일) 18:54 관련이슈 : 사설 20110130002754
몇 개월 먼저 전투·의무경찰(전·의경)이 된 선임한테 단발적으로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상습 구타로 장파열에 이르거나 우울증에 걸려도 호소할 길이 없다. 성희롱 피해도 당한다. “저희 어머니는 ×××입니다” 등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야 하는 대원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진정 내용이 이렇다. 전·의경 아들을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피가 솟구칠 일이다.

경찰은 최근 부대 배치 6개월 이하 전·의경 4581명을 대상으로 소원수리를 받았다. 이 중 8%인 365명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썼다. 뺨을 맞거나 발로 걷어차인 사례를 비롯해 자못 다양한 잔혹극이 보고됐다. 인권위의 공개 내용은 한술 더 뜬다. 가혹행위 보고율이 40%대에 달했던 과거 인권위 조사 내용도 반추된다. 경찰의 자체 조사 결과를 100% 믿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부모 욕을 해야 했던 경북 지역의 전경대원은 엎드려뻗쳐를 하다 구타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됐다. “니 부모는 ×”라는 말을 들은 한 의경은 심리검사지에 우울하다고 적었다가 혼이 났다. 내무반이 생지옥인 것이다.

물의가 빚어지면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것이 조직 생리다. 307 전경대에서 2005년 ‘알몸신고식’ 사건이 터졌을 때도 경찰은 손사래를 쳤다. 알몸신고식 주인공들은 “인권유린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 조직에서 가혹행위에 지친 대원들의 탈영사건이 곧바로 터졌다. 근 6년이 지난 최근 잔혹극이 다시 불거져 307 전경대가 해체 운명을 맞게 된 것을 보면 전·의경 내무반 풍토가 얼마나 황폐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전·의경 부모들에게 서한을 보내 “조직 분위기를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덥지 않다. 예전에도 같은 다짐이 되풀이되지 않았던가. 폭넓은 진상 파악이 급선무다. 경찰이 스스로 못한다면 결국 인권위와 같은 외부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