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동네마트 주인 자살로 내몬 악덕업자<세계일보>입력 2010.11.03 (수) 10:49, 수정 2010.11.03 (수) 15:45 20101103001289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공동공갈 등 혐의로 서모(48)씨와 이모(3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홍모(44)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 등은 가뜩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수도권 마트 6곳의 경영권을 빼앗고 상품과 시설물을 처분해 2008년 6월부터 지난 1월 사이 모두 15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과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마켓 인수계약을 한 뒤 곧바로 사업자명을 계속 바꾸는 한편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계약금 청구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속된 이씨는 경찰 관리 대상인 한 지방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출신으로, 마트의 처분 작업을 지휘하며 밀린 임금을 달라는 매장 직원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부평구에서 운영하던 마트의 매출이 부진해 빚만 늘어가던 정모(43)씨는 지난해 10월15일 채무 인수와 1억9000만원 대금지급 조건으로 서모(48)씨 등과 매매계약을 했다. 서씨 등은 인수대금을 주기도 전에 사업자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고 아무 것도 모르던 정씨는 이를 들어줬다. 가게에는 곧바로 ‘업주가 바뀌었다’며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들이닥쳐 차지했고 이들은 가게 상품을 이른바 ‘땡처리’로 팔아치웠다.

결국 마트는 매장 보증금까지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았고 새 업주는 ‘나도 이름만 빌려준 채무자라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2008년 이들에게 서울 방배동 마트를 빼앗긴 한모(28)씨는 사업자 이름이 바뀐 지 이틀 만에 자신의 예전 매장 뒤편에서 목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피해 마트의 직원이던 박모(39)씨는 서씨 등에 속아 외상물품 결제서에사인을 했고 도매업자들의 대금 독촉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결국 자살했다.

경찰 관계자는 “SSM(기업형슈퍼마켓)과 경쟁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마트가 많다는 점을 노린 범죄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