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퇴비 제대로 알기 16 -글 :

부숙왕겨에서 부숙은 한자로 썩을부(腐) 익을숙(熟)이다. 따라서 부숙왕겨란 왕겨를 잘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하지만 왕겨는 탄소가 40%, 질소가 0.55%로서 탄질율(탄소와 질소의 비)이 72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왕겨의 세포 조직속에 규산 함량이 볏짚이나 풀, 외양간의 축산분뇨보다 높기 때문에 분해가 더디고, 발효가 오래걸리는 퇴비의 원료중에 하나이다. 또한 발효가 덜 된 왕겨를 퇴비로 작물에 투입 할 경우 왕겨가 토양속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가스에 의해 뿌리의 발육을 해치고, 질소부족현상을 일으켜 작물생육에 피해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생왕겨를 그대로는 사용하지 않고, 잘 발효시킨 후 부숙왕겨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부숙왕겨는 어떻게 만들까? 우선 왕겨 역시 다른 퇴비와 마찬가지로 그 원료에 따라 발효가 잘 될 수 있도록 탄질율과 수분 함량을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왕겨가 퇴비로서 발효가 잘 되는 탄질율은 30이하인데 생왕겨 500kg에 건계분 100kg(또는 생계분250kg), 요소 5kg(또는 유안10kg), 쌀겨 20~30kg에 퇴비발효제 1봉을 섞어 주면서 물을 골고루 뿌려 수분함량이 55~60%가 될 수 있도록 한다. 계분이나 요소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질소 성분량을 고려하여 깻묵이나 어분, 혈분 등 질소성분이 높은 다른 유기물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부숙왕겨 퇴비는 짚이나 산풀, 톱밥 등의 원료로 퇴비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수분을 조금 적게 하면 발효가 더 잘 된다. 최초 퇴적 후 2~3일이 지나면 온도가 55~60도 정도로 올라가고, 발열 후 약10일 후에 제1차 뒤집기를 해준다. 이때 바깥쪽에 있는 것은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고, 위쪽에 있는 것을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뒤집어 교체 쌓기를 한다. 또한 수분이 부족해보이면 물을 조금 뿌려주거나 수분이 너무 많으면 생왕겨나 쌀겨를 보충해주면 된다. 1차 뒤집기를 한 후 2~3일이 지나면 온도가 올라가고, 발열을 하는데 2주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1차 뒤집기를 해주었던 것처럼 2차 뒤집기를 한다. 2차 뒤집기를 한 후에 2~3일이 지나면 한번 더 고온으로 발열 하는데 이 때 다시 15~20일정도 두었다가 3차 뒤집기를 한다. 이 때부터는 벌써 왕겨의 색깔이 검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정도 퇴비화가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수분이 적어 보여도 보충해주지 않아도 된다. 3차 뒤집기 후 2~3개월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퇴비로 사용하거나 다시 20~25일이 지나서 제4차 뒤집기를 해주면 퇴비의 숙성이 더 잘된다.

부숙왕겨는 퇴적기간이 오래될수록 질 좋은 퇴비가 되는데 최소한 100일 이상 발효기간을 거치는 것이 좋고, 더 오랫동안 발효기간을 두면 더욱 질 좋은 퇴비가 된다. 퇴비의 퇴적더미 높이는 최초 퇴적시부터 2차 뒤집기 전까지는 1,5m~2m정도가 좋고, 3차 뒤집기 후부터는 조금 낮게 1,5m정도로 하면 좋다. 부숙왕겨가 완전히 만들어지면 수분은 50% 정도가 되고, 검은 갈색 또는 차갈색으로 색깔이 변하고 악취가 없다. 계분이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거나 높은 발효열이 난다면 아직 발효가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퇴비가 발효되는 과정에서도 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 퇴비가 발효 될 때 아주 미세한 호기성 미생물이 호흡을 통해 퇴비더미에서 열을 나게 하는데 이 발효열이 퇴비를 섭씨 70~80도까지 온도를 높인다. 이 발효열을 이용한다면 달걀을 삶아먹어도 되고, 퇴비더미 속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해서 온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10여년 전  어느 마을에 어마 어마한 크기의 유기물 저장탱크를 발견한 일이 있는데 안내원은 축산분뇨는 물론 사람의 똥과 동물의 사체까지 마을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물을 모아 이 저장탱크 속에 넣고 뚜껑을 닫아둔다고 했다. 그리고, 이때 저장탱크 속에서 혐기발효가 진행되는데 이 때 생기는 메탄가스를 각 가정으로 보내 이를 이용해서 가정의 취사와 난방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생물이 자연과 인간생활의 고리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하니 미생물이 새삼 위대하다는 생각과 함께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