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낸 세금을 믿을 수 있는 정부가 알뜰하게 운영해준다면, 나도 세금 많이 내고 그만큼 복지를 누릴 용의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세금 많이 내는 자를 미워하는데, 그 사람들을 위하여 세금을 더 내라면, 나부터 그럴 용의가 없는데, 그래 나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버는 상위 몇 퍼센트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을 것 같은가.

프랑스의 재벌 루비똥 회장이 벨기에로 망명하고, 프랑스 부자들이 영국으로 이민가는 꼴을 못 봤는가.

조금씩 뜯겨주는 것은 금방 새살이 돋아나지만 한 움큼씩 물려서 잘리면 다신 새살이 돋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가.

사람이 돈을 번다는 것은 자기를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하여 벌지 않는다.

게다가 세금은 ‘죄를 짓고 내는 벌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세금 내지 않는 수많은 게으른 자를 위하여 자기 몫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낼 바보는 없다.

흔히들 북유럽의 복지는 부러워하면서도 남유럽의 파탄에는 손가락질 하는 줄 아는가.

원래 겨울이 길고 추운 북유럽은 일상이 “월동”과의 싸움이므로, 다분히 “비축”이라는 개념이 정서적으로 깊게 박혀 있어서 초고세율의 세금을 내더라도 노후를 위한 ‘비축’이라는 관념으로 이를 감내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남유럽은 겨울이 별스럽지도 않은 존재이므로 비축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한데다 성격이 낙천적이므로 정서적으로 볼 때, 막연한 노후를 위한 치밀한 비축인 고세율의 세금을 절대로 못내는 것이다.

그럼 재정이 파탄 날 곳은 당연히 남유럽인 것이다.

우리네 복지도 그렇다.

꼴에 북유럽의 복지는 매우 부러워하면서, 고세율에 대하여는 침묵한다.

보고 싶은 복지는 스웨덴이지만, 내고 싶은 세금은 그리스인 것이다.

입으로는 ‘스웨덴식’ 복지를 외치면서 왜 하는 짓은 “그리스식” 복지인가 말이다.

세금 내는 사람을 저주하면서 세금 안 내는 사람의 천국을 만들어 주고 싶은가.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누리고 싶은 만큼 댓가를 내야 한다.

이룸 없는 누림이 대책 없듯, 비축 없는 복지 또한 대책 없는 것이다.

빨갱이들은 ‘그리스’를 ‘스웨덴’이라고 발음하는 모양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