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방에서 안철수가 죽다

날씨가 추워지자, 동네 어른들이 모두 동네 사랑방 격인 경로당에 모인다. 대부분 홀로 사는 분들이고, 부부가 내외를 이룬 짝들은 보기 힘든 것이 오늘날 우리 동네 노인당 구성원들이다. 그 중에서도 나이 든 아짐(아주머니의 방언)들이 대부분이다.

그 분들 중엔 소일거리를 심심풀이 삼아 가져온 분들도 있고,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TV를 보는 분들도 계시고, 화투를 치는 분들도 있다. 하여튼 낮엔 경로당에 모두 모인다. 요즘은 대선 시기다. 따라서 여론이 생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筆者)는 심심하게 계실 분들을 생각해서, 평소 튀밥이나 새우깡 같은 것을 가져다 드리기도 한다. 아짐들에게는 향수가 있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따뜻한 온기가 손이며 발, 옷자락들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재학이 오는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으로 오고가는 인사가 있고, 맞이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는 가져다 드리는 튀밥에 손이 모아진다. 먹으면서 TV를 보신다.

TV 화면 속에는 안철수 문재인이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어쩌자고 저것들은 한달 내내 저러고 있당가?”

안산댁 아짐 말이다. 이 말을 성산댁 아짐이 받는다.

“그러게 말이요. 저게 뭔 짓이다요. 할라면 하고, 말라면 말제. 징허요. ”

짜증이 나는 목소리들이다. 그 중에서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짐도 있다.

“단일화가 뭣이다요?”

“대통령 선거에 저 두 것들이 하나로 합친다는 말이제.”

“오메, 뭐할라고 합친다요?”

“가시내 하나 잡자고 저런다요.”

“가시내가 누군디?”

“박근혜지라우.”

“오메 오메 시상에나. 가시내 하나 잡자고 남정네 둘이 합친다는 것이여? 참말로 별일이네.”

“잡것들이 물건이나 떼불고 다니제. 한달 내내 저러고 있다네.”

그런 말들이 오고가는 와중에 화촌댁 아짐이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내뱉는다.

“가시내 머시매가 합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남자 둘이 합방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네. 차라리 돼아지들 대붙이는(교미) 것 구경 하는 것이 낫겠네그랴.”

필자(筆者)는 그 대목에서 배꼽을 잡고 말았다. 단일화가 오늘 노인당에서 그만 ‘집짐승들 대붙이는 것’으로 비유된 것이다.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80여년 살아온 경험으로 체득한 분들이다. 얼굴 표정 하나만 보아도 저 사람이 지금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비상하게 눈치 채는 분들이다.

둘이 합쳐서 ‘새정치’를 낳는다는 말에 남자 둘이 합방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한 아짐들. 오늘 노인당에서 안철수는 그만 대붙는 짐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흘레 붙는 짐승. 우리 동네 아짐들이 치사한 단일화 놀이에 그만 짜증을 내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