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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없는 글재주로 두서없이 몇 자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가락시장에 가게라도 두고 장사를 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요. 그 시간들을 이 짧은 글에 어떻게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다섯이나 되는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맨손으로 전라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명화 주를 따서 삶아서 파는 노점 장사를 시작하셨지요. 그 어린 마음에도 매일같이 하루 종일 끝도 없이 일만 하시고, 부르트고 거친 손으로 자고 있는 자식들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먹고 사는 일에 치여 곁에서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시며 남몰래 눈물도 훔치시던 어머니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그렇게 몇 년의 모진 고생을 겪어 용산 시장에 겨우 가게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노점 장사보다야 낫겠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여전히 어머니의 허리는 펴질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들보다 좀 더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장사를 한 결과 이젠 간신히 자리도 좀 잡아가고 빚도 갚아가면서 숨통이 좀 트이나 싶을 무렵에 느닷없이 시장을 가락동으로 이전하라는 말을 듣게 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장 장사라는 게, 자리를 잡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장사 기반이란 것들이 있는데 이제 좀 살만 하려나 싶으니 갑자기 그저 허허벌판 같았던 새로운 동네로 가서 다시 시작하라고 하니 앞길이 막막하고 허탈감이 정말 컸다고 하십니다. 그때에도 갈 수 없다고 버티는 상인들을 시장에 차도 못 들어오게 막아가면서 장사 못하게 만들어서까지 억지로 옮기게 했다지요.
그나마 옮기기만 하면 천막에서라도 하던 장사 그대로 할 수 있게 해준다니, 어찌어찌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는 힘들었지만 가락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중매인들이 데모를 하면서 도매까지 하더니 저희 장사는 점점 손님이 줄고 매출도 줄어들었습니다.
올림픽 땐 천막 보기 싫다고 죄다 쓸어버리고 다른 외진 곳에 가서 장사하라고까지 하고, 어렵게 장사하는데 이젠 직판장에서 장사하던 사람이 매장으로 가서 똑같은 영업을 해서 손님을 빼앗아 가더니 점점 더 힘들어지더군요. 그나마 중규모 납품업자나 마트가 있어서 여태 간신히 버티기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현대화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 가락몰이라는 지하 매장 가서 소매 장사나 하라네요. 좀 더 쾌적하고 깨끗한 곳에서 장사하게 해주려고 현대화 사업 하는 줄 알았더니, 마음대로 장사 못하게 지어놓고 지금까지 영업하던 것들 다 포기하고 좁디좁은 지하 매장에서 제대로 되지도 않을 소매 장사를 하라니요.
어머니를 이어 저까지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보려고 고생해가며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정말 살아갈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하게 노력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또 다시 포기하라고 하네요.
용산에서 장사 잘하고 있던 상인들을 가락동으로 강제로 보내더니, 천막에서 장사하게 하고, 미관상 안 좋다고 또 싹 밀어버리고 직판 시장으로 들어가라더니 도매 기능은 떼서 중매인에게 넘겨 영업권을 축소시키고, 이제는 뜬금없이 지하 매장에 가서 소매 장사만 하라니... 이건 뭐 저 같은 상인들 그냥 다 죽으라는 건데, 맨 주먹으로 서울 살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버텨 오신 어머니의 눈물과 고생의 시간이 담긴 이 시장에서, 저 뿐만 아니라 가락시장이 생겨났을 때부터 한 평생 자식들, 가족들 먹여 살리겠다고 시장에서 밤낮도 없이 일 밖에 몰랐던 우리 직판 시장 상인들이 나라에 무슨 죄가 있어 이렇게 저희 목숨 줄을 잡고 흔드십니까?
국책사업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든 파이브처럼 저희 같은 서민들 평생 하던 일 다 포기하고 죽으라고 길바닥으로 내모는 일이었습니까?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하신 일 아닙니까? 저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부디 저희 상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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