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매뉴얼 없이 예산타령… 도면도 없어 상황오판… 개방만 신경 관리방치
국보1호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 관리와 화재진압을 맡은 문화재청과 서울시·소방당국의 총체적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문화재청은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화재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조차 갖추지 않은 채 수수방관해왔다. 서울시는 개방에만 신경썼을 뿐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놨고 소방당국은 숭례문 설계도면조차 확보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1.문화재청의 '3無'(매뉴얼·전문가·법령)
문화재청에 따르면 화재발생 때 소화기로 진압을 시도하고 119에 전화를 하는 '행동요령'과 중요문화재를 대피시키는 '소산대책'이 있다. 그러나 정작 목조건축물에 큰불이 났을 때 어떻게 진화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문화재청에는 소방·화재 전문가가 한명도 없다. 최인태 문화재안전과장은 "소방 전문인력 충원에 대해 행자부와 의견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2005년 낙산사 소실을 비롯해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목조문화재 화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 법령도 없다. 문화재보호법(제88조 화재예방)은 문화재 화재방호기준을 소방법령에 따르도록 했으나 소방법령에는 문화재를 특별소방대상물로 지정하고 있을 뿐 별도 보호규정이 없다.
2.서울시의 부실관리
서울시는 2006년 3월 숭례문을 시민에게 전격 공개했다. 문화재를 시민의 품에 돌려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방에 따르는 관리책임은 사실상 손을 놨다. 숭례문을 관리하는 서울 중구청 직원은 3명뿐이며 이들은 오후 8시면 퇴근했다. 화재 취약시간대인 심야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숭례문에 배치된 소화기는 고작 8대였다. 외국에선 문화재 화재 진압용 소화기를 따로 사용하지만 숭례문엔 사용할 경우 오히려 해가 되는 일반 소화기뿐이었다.
중구청을 대신해 야간에 숭례문을 경비해온 에스원은 지난해 수차례 CCTV 확대 설치를 요구했지만 중구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3.소방당국의 주먹구구 진화
진화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구조물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지만 소방당국은 숭례문의 구조를 잘 알지 못했다. 집중 관리대상인 숭례문 도면조차 갖고 있지 못해 화재 발생 이후 넘겨받았다.
처음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발화 지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연기만 새어나오는 훈소상태가 이어지자 불길이 잡힌 것으로 오판했다. 이러는 동안 정작 불은 지붕과 서까래층 사이의 내부 '적심'에서 계속 번지면서 1시간여 후에 불길이 외부로 치솟았다. 사태가 악화되자 소방당국은 화재발생 72분 후인 오전 10시쯤에야 지붕에 물을 뿌리는 간접진화에서 전체 건물에 물이 스며들도록 하는 직접진화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소방방재청 역시 문화재 화재와 관련된 매뉴얼조차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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