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동학 혁신위원이 26일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 2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관련해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며 “야당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소신’ 발언을 하자 새민연 일부 세력이 이 위원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근 한 전 총리와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에 사과드린다"며 "우리 당이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에 보폭을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대응은 무리가 있다는 원론적 답변이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어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란 지적과 시기적으로도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혁신위원 직함과 역할 이전 저 또한 당원이다. 저 역시 여당과 야당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검찰 잣대가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정치검찰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결과적으로 제 발언으로 마음 아팠을 당원과 총리님을 사랑하는 분들, 한 전 총리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위원은 지난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 판결에서 3억원 수수 부분과 동생 분이 1억원 수표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달리 반박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청와대와 정권의 의지에 따라 검찰 수사가 표적을 정해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원 판결까지 몰아세워서는 안된다”고 했었다.

또 “우리가 집권을 한다고 해도 우리 의지대로 법원의 판결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봐야되지 않겠나. ‘정치탄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었다. 이 위원은 “정권이 검찰을 통해 ‘신공안정국’을 조성한다고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도 했었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취지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이 기존 인터뷰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면서도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 당내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이 위원이 최근 수차례 소신발언을 했지만 한 전 총리에 대한 발언은 당내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며 “한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비판이 이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위원이 최근 한 전 총리 관련 발언으로 당내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위원을 옹호하며 이 위원으로 하여금 공개사과까지 하게 만든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위원의 한 전 총리 관련 발언에 대해 용기있고 대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끝내 사과를 하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안타깝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해야 정당의 힘이 생기는 건데 당내에서 이 위원의 소신성 발언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3선 의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은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야당의 모습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역구에서도 이 문제 관련해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 위원이 소신 발언을 했다가 당내 비판을 못 이겨 결국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 위원은 혁신위원으로서 감히 의원들이 하지 못하지만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는 발언을 한 것인데 결국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야당의 미래가 암담하다”며 “혁신위원회는 당의 도덕성 회복을 앞장서 주장해야될 위치에 있는 조직인데 현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 위원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 핵심 의제인 임금피크제 수용을 촉구하는 편지글을 쓴 것과 관련해서도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