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출연기관인 (재)경기문화재단의 사옥(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소재)에는 소문난 괴짜가 한 사람 있다. 말이 좋아 괴짜지 사실은 아무한테나 안하무인처럼 구는 파렴치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는 재단의 꼭대기층(9층)에 입주해 있는 조선일보 경기지역취재본부의 본부장(최소한의 인권을 생각해서 직함 외에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이다.
그가 괴짜 혹은 망나니로 소문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인은 재단에 근무했던 작년(2002년) 초부터 그에 관한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말 재단을 그만 둘 때까지 그의 기행들을 여러 차례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또 주변의 원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기행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안하무인(眼下無人)적 행태.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재단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괘변과 욕지기를 일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단 사무실은 물론 심지어 같은 건물에 입주한 타 업체 사람들조차 일단 그가 나타났다 하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업무분위기가 깨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와 관련해서 두 가지만 예를 들겠다. 우선 지난 월드컵 때의 일이다. 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었을 무렵, 그는 재단 직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 도대체 그 놈의 티셔츠 어떤 놈이 디자인한 거야. 순 빨갱이 세끼가 디자인 한 게 틀림없어. 온통 거리가 빨간 색으로 물들어 버렸으니 그 티셔츠 디자인 한 세끼는 당장 잡아 처넣어야 해."
또 한가지. 작년 초 역시 재단 내에 입주해 있는 민예총 경기지부에서 문화행사를 개최했던 적이 있다. 그때 행사 내용 중 '안티조선'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해서 그가 재단의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던 일은 그의 망나니 기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안티조선 관련 문구가 들어간 행사 안내장이 재단 건물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마치 자신이 경기문화재단의 책임자이기라도 한냥 재단 사무총장과 기획조정실장 방을 번갈아 드나들며 당장 거둬버리라고 호통을 쳤다.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그는 재단의 기조실장에게 자신의 허락도 없이 그런 행사 개최를 허용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아울러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준엄한(?) 경고까지 하고 다녔다. 이쯤 되면 그의 안하무인적 성격은 어느 정도 설명이 된 듯하다.
두 번째. 파렴치한 행태. 재단과 그 외 경기도 출연기관 및 산하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 일부에서 통용되는 은어가 있다. 이름하여, '오전 11시 반의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내용인즉, 점심식사 시간이 임박할 무렵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오면 대부분 일순 긴장하게 된다. 제발 그의 전화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공포의 대상이 바로 조선일보 본부장이다. 그는 거의 매일 점심시간이 임박할 무렵 누군가의 사무실에 전화를 건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당신 점심 약속 있냐?"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서 즉답을 하지 못할 경우 여지없이 그와 점심을 같이 하는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건 당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먹는 밥맛이 좋을 리도 없다.
그의 점심 뜯어먹기의 대상은 실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가깝게는 같은 건물에 있는 재단 사무총장과 기조실장 등 실장급 이상 간부들이 일차적인 타깃이다. 만약 실장급에서 작업이 실패했을 경우 다음 순번은 재단의 전문위원들이다. 그 외에도 그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인물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우선 재단 내에 입점해있는 농협지점장(경기농협 문화로지점)이 단골 타깃이다. 언젠가 그와 함께 점심을 했던 지점장은 필자에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말도 마세요. 제가 여기로 오기 전에 농협경기본부 홍보실에 근무했었는데 그땐 정말 조선일보 본부장 때문에 여간 고초를 겪지 않았어요." 그 다음 순번은 재단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이다. 그곳의 홍보실에 근무했던 사람(홍보본부장)은 아예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귀뜸 하기도 했다. "속으로 계산이 되거든. 아, 오늘쯤은 내가 순번이겠구나, 하고 말야. 그럼 일단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는 거지. 아휴, 그 사람하고 밥 먹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야. 근데 말야. 왜 인생을 그렇게 사는 지 모르겠어. 월급도 우리 보다 2,3배는 더 받을텐데 말야." 그 외 그의 호구(?)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은 주로 경기도 산하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이쯤에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너무 치사한 얘기 아닌가. 점심 값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그러나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재단 근처에서 '청화대'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주인의 말을 들어보자. "어휴, 내가 돈을 안 벌고 말지. 저 인간만 오면 기분이 너무 상해서 장사할 맛 안나요. 지가 나를 언제 봤다고 꼬박꼬박 반말로 '야, 야' 하는지, 참 어이가 없어서 같이 오는 사람들까지 얄미워질 정도라니까요."
언론은 어느덧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권력기관으로 행세하고 있다. 그리고 그 권력은 우리네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침투해서 사회적 약자(언론과의 관계에 있어서 공직자들은 분명한 상대적 약자이다.)들을 괴롭힌다. 한편, 언론과의 우호관계가 곧 자신의 출세와 연결된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스스로 언론의 하수인이 되려는 자들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애초 조선일보에 임대해준 사무실 공간 이상을 무단사용하고 있는 것조차 아무런 재제를 가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일화는 실제 경기도의 모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외에도 우리의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언론의 횡포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은 기지의 사실이다. 이는 비단 특정 언론인 개인의 인간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언론이 처한 또 하나의 현실인 것이다. 그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은 당하지 않고서는 쉽사리 헤아리기 힘든 일이다. 오죽했으면 정부부처에서 기자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겠는가. 차제에 우리네 생활 속에 녹아있는 언론의 위상(?)과 역할(?)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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