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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군사법제도 개혁

김창규 변호사

법률신문 [email protected] 2003-11-13

국방부는 얼마 전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수사활동비 및 국선변호사보수 등을 편법 적용했다하여 육군준장인 국방부법무관리관 및 육군법무감을 보직 해임하고, 그동안 고질적인 법무병과내의 투서·진정으로 얼룩진 내부 갈등이 법무관리관 등의 비위 고발 및 처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법무관리관 등의 보직해임 결정 과정에서 일부 영관급 법무장교들이 내부절차를 밟지 않고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령급 법무지휘관이 소속 법무관과 함께 장기 법무관 출신의 변호인으로부터 비난받을 향응을 받았다는 예비역 육군소장의 고소와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일간신문에 보도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장관은 법무병과발전단(단장 조영호 육군중장)을 만들어 법무병과의 지휘체계 강화와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그간의 여러 경위를 조사하는 등 법무병과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흐지부지한 상태로 아무런 대안 제시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지금까지 정권교체때마다 여러번 군사법개정이 이루어졌으나 군 내부에서 군법무담당자 등 소수의 입안자들에 의하여 병과이익을 쫓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심은 현행처럼 하고 항소심부터는 일반법원으로 이관이 합리적

전문가 등 의견을 폭넓게 수렴, 근본적이고 혁신적 개혁 이뤄야

법무병과는 태생적으로 지휘관의 참모역할에서 출발하였다. 그동안 여러 번의 법개정이 있었으나, 현재에 와서 법무병과는 그동안의 개선안을 통하여 그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또 다른 거대 조직으로 변하여 가고 있어 초창기의 지위와 역할을 마냥 고집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법무병과의 지위 및 역할 등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검토가 국민의 입장에서 당사자인 군은 물론 대법원, 법무부,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관련기관까지 참여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현재 군사법제도와 운영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단기법무관 출신의 현직 판·검사 들을 대상으로 이에 관련하여 설문조사 등을 하는 방법도 그 현실 인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육군의 경우 소장 이상의 장군인 지휘관은 소속 법무병과를 지휘하고 있으나, 지휘관의 법률 전문성·용기 결여, 때에 따라서는 의도적인 방치로 법무병과는 지휘권의 실질적인 통제 밖에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또한 지휘관은 법무병과가 아주 소수의 이탈된 소속원인 피의자 등을 대상으로 운용된다는 이유로 현재의 법무병과 운영의 여러 문제점을 애써 외면하는 점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지휘관에 따라 자신의 재임중 지휘 책임질 일만 없기를 소극적으로 바라고 있을 뿐이라는 일부의 따가운 비난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군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군사법의 운영은 다른 국가기관은 물론 언론 및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통제밖에 있다. 영내에서 군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군법무관의 군사법 운영은 그 주체인 군검찰관·군판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에 관여하는 국선 변호인은 물론 사선 변호인까지도 장기법무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80%를 넘는 등 이미 이 시대의 특성인 다양성 등을 찾기가 어렵다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건전한 법률상식을 갖춘 용기있고 객관화한 지휘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군사법 운용의 감독, 통제야말로 역설적일지 몰라도 지금의 제도 운용에 있어 차선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발전단계상 군사법권자의 결정을 지휘관의 명령 등에 의하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정당할뿐더러 공정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현재의 지휘권은 대내외로부터 적극적인 사전·사후 심사를 받아 예전에 비해 투명하며, 객관화되어가고 있다. 일부에서 1심 판결에 있어서 지휘관의 감경 등 확인제도를 구시대의 비합리적인 제도로 치부하여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군사법원 존재의 본질을 외면하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사법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전시 등 비상시가 아닌 평시 일반법원과 별도로 군사법원의 존치여부와 관련하여 검찰권을 포함하여 전면적인 일반사법 주체로 이관을 주장하는 등 여러 개혁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사법원의 설치 목적은 피고인 등의 인권보장과 함께 지휘권 확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사권 및 1심 재판권은 그 소속 지휘관에게 현행처럼 주고 순수한 재판업무의 성격이 강한 항소심부터는 일반 법원에 이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이는 검찰권의 탄력적 운용, 1심 재판에 있어서 비법률장교 1인의 재판부 참여, 지휘관 확인권 인정, 사실심인 항소심, 법률심인 대법원의 현 심급제도를 볼 때 더욱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법무병과에 미움을 받은 자는 법률심인 대법원의 마지막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다 하더라도 사실심의 마지막인 항소심이 군 내부에 있는 한 일반법원과 달리 같은 시각을 가질 우려가 있는 조직 및 구성원이 단순한 군사법원에서 정당한 재판을 통하여 구제받을 기회가 그만큼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현제도에서도 항소심 운용은 피고인의 소속 및 구금장소의 기존 지휘권으로부터의 이탈, 재판부 구성원의 비법률가 배제, 2심 판결의 지휘관의 확인제도 폐지 등 형식상 지휘권 등에서 독립하여 순수하게 사법적 판단만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부터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실질적으로 신장될 것이고, 1심 재판 등의 군사법 운용을 현실적으로 적정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고위직의 개방형 임용제도 도입으로 양식있는 민간 전문 법조인의 과감한 임용, 장교 등이 아닌 의무사병의 경우 군사법절차 진행 중 의무복무 기간 도래에 따른 같은 급의 일반 사법기관으로의 이송제도 법제화로 가급적 군사법 적용 회피, 사법고시 합격자 양산에 맞추어 장기 법무관 시험폐지와 사시합격자 임용, 그리고 법무병과내의 자체 감찰부서 신설 및 감찰강화, 특정군단 법무참모출신 변호사가 퇴임후 2년에 걸쳐 같은 군단 사선 변호인 선임 피고인의 선임 독식 등의 소위 전관예우 폐해 방지, 각급 군사법원 1심 판결후 항소인은 지방에 있는 육군교도소로 이감되는 같은 심급법원인 국방부 군사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인 뿐만 아니라 상고인이 육군교도소로 이감되지 않고 서울의 국방부유치장에 계속적으로 있는 등 특혜의 시비를 받을 수 있는 절차 운영 등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등 군사법원과 인연이 있었던 DJ의 국민정부에서 비상시가 아닌 평시 군사법원의 일반법원으로의 이관 등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은 퍽 아쉽게 느껴진다.

소수자 보호를 앞세우는 참여정부에서 국방부 등 군 관련자 등에게만 개선안을 맡기지 말고 청와대 등에서 직접 나서 대법원, 법무부 등 관련기관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국민의 입장에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제도개혁이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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