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국가의 존립과 번영을 뒷받침하는 토대이다. 강한 군대는 강한 국가를 만들었고, 강한 국가는 안정된 사회와 백성들의 풍족한 삶을 보장해주었다.
강군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한 병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헌법 제39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국방의 의무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신성한 의무이다.
따라서 국방의 의무는 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스스로 국가를 방위해야 할 도덕적 당위이자 여하한 경우에도 저버릴 수 없는 국가 사회적 가치이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일부 몰지각한 젊은이들에 의해 퇴색되거나 일그러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른바 병역기피 현상이 그것이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어느 연예인의 병역기피 문제를 계기로 살펴볼 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병역 기피 현상은 실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요즘 세간에 화제의 수준을 넘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수 Y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Y씨가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했던 당시 “군에 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놓고 결국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의 군 입대 기피 현상은 이와 같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몰가치적인 일을 저지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외에도 멀쩡한 다리를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무릎 수술을 한다거나 고의로 척추 수술을 해서 병역을 면제 받는 경우도 있다. 현역 입영을 면제받을 심산으로 온 몸에 문신을 한다거나 금식 등을 통한 무리한 체중 감량이나 끝없는 과식으로 인한 과체중으로 만들어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 내지는 부도덕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지도층 자녀 솔선 입대
후진적이며 반사회적인 군 입대 기피 현상이 왜 일어나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찮게 보는 의식이 생겨났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오랜 원인으로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와 5공시절 불법 시위 대학생들의 강제 입대 등의 선례가 국방의식을 약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즉 일제 말기에 한반도를 병참 기지화하여 많은 물자를 수탈해가고 많은 조선의 젊은이들을 일본의 전쟁터로 끌고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병역기피 그 자체가 조선독립을 위한 애국이요, 독립군으로 편성될 수 있는 예비자원의 확보의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이 독립한 지 벌써 반세기가 넘어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오늘날에 와서도 사람들의 의식 속에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할 수만 있다면 병역을 기피해보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는 일본의 식민통치는 사라졌어도 그 식민통치의 정신적인 아픈 상처는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남아 있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
5공시절엔 불법시위 가담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지 이들을 강제로 입영시킴으로써 군대가 무슨 범법자들의 교화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오인될 소지를 제공하게 된 점도 없지 않았다.
군대는 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 방위를 위하여 당당하게 자진해서 입대하는 곳이지 마지못해 끌려가는 곳이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지도층의 자녀들이 솔선하여 전쟁에 참여해왔다. 케네디가의 장남으로서 촉망받던 존 에프 케네디의 형은 2차세계대전 때 해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가 전사하였고, 6·25 전쟁 때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을 비롯하여 미군 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하여 이들 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제 우리도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이다.
둘째로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일부 인사들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군대를 무슨 반민주ㆍ반민족의 온상이나 원흉처럼 생각하는 오도된 가치관에 의하여 병역기피나 면제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계의 지도층 인사 자신은 물론 그들 자녀들의 현역 입영 비율이 국가 전체 평균 비율보다 낮다는 것은 아직도 지도층부터 각성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국방의무의 신성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안전사고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이름은 자기 친동생처럼 친딸처럼 친근하게 부르며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도 같은 해 서해교전으로 순국한 여섯 명의 전쟁 영웅들은 추모는 고사하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이 상당수이다.
적의 기습 공격을 받고 순국한 전쟁영웅들의 부모들은 지금 “내 아들이 누구를 위해, 어느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죽은 거냐”고 국민을 향해, 역사를 향해 절규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셋째로는 어릴 적부터 실시해오던 국방의무를 신성시 할 수 있는 도덕교육과 국민교육이 최근에 와서는 약화되거나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넷째로는 강력한 군대와 국력을 갖추었을 때는 만주 대륙도 우리의 역사 강역이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한반도마저 빼앗기고 국토마저 남북으로 동강나 있는 역사의 교훈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힘을 상실한 정의는 환상이요 착각일 뿐이다.
질병 치료 후 현역 자원입대자 늘어
그러나 희망은 있다. 근래의 몇몇 병역기피 현상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질병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청년들이 병을 고친 뒤 자원입대하거나 해외영주권을 갖고 있는 교포 젊은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진하여 군에 입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밝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병역을 고통스런 의무만으로만 여겨 기피하려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군에서 자신을 한층 더 성숙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신세대의 변화된 태도가 무척 희망적이다.
2002년 12월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군복무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고도 치료 후 현역으로 자원입대한 사람은 1999년 168명, 2000년 289명, 2001년 302명, 2002년 338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중에는 해외영주권을 포기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도 110명에 이른다.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기풍이 나라 전체의 젊은이들에게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국가의지의 관철을 위한 강력한 군대의 보유, 이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국방의무의 이행,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몸에 문신을 새긴 현역 입영 기피자 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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