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신랑 퇴근길에 맞춰 용산 이마트에 갔습니다.
낮에 나올땐 비가 안 왔는데 저녁때가 되니 비가 많이 오더라구요.
장을 다 보고 나오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10시 좀 넘었던거 같아요) 우산 파는데도 없고
그냥 택시를 타고 가자 했어요.
집은 노량진이라 평소엔 버스를 타도 금방 오는 거리지만 9개월 된 애기를 안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이마트 처마에 애기 데리고 기다리고 택시를 잡으면 뛰어 나가려고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 보니 택시 서너 대가 줄 서 있더군요..
그래서 같이 뛰어 나갔죠.
얼른 맨 앞의 택시에 올라 타려 하는데 어디선가
"어디가세요?" 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노량진이요" 하면서 얼른 문을 열려고 했죠.
그랬더니 다시 "안 가요" 하는 겁니다.
다른 아저씨가 "이 차는 지방 가는 차에요" 하고 거드는 거에요.
다시 친절한(?) 아저씨가 "뒤로 가면 다른 택시들 있어요" 하고 알려줍니다.
짜증이 좀 났지만 비가 오니까.... 어쨌든 빨리 집에 가야하니까 다시 뒤로 뛰어 갔습니다...
한참을 뛰어 가는데 택시는 무슨 택시가 있답니까!
진짜로 택시가 있는 줄 알고 뛰어 왔는데 그냥 단거리 손님을 치워버리기 위해서 그런거였나 봅니다.
다시 비를 맞으며 앞으로 뛰어 갔습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이 택시를 타려고 하고 또 "어디 가세요? 안 가요. 지방가는 찹니다" 이러고 있더군요.
근데 번호판을 보니 서울 차였어요.
저는 지방 간다길래 당연히 경기 차라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거 서울 찬데 왜 안 가냐고 했더니 그건 자기 맘 아니†l니다..
기가 막혀서 이거 승차거부 아니냐고 했더니 갑자기 한 아저씨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치는 거에요.
"아줌마! 아줌마가 내 차 탔어요? 승차거부는 무슨 승차거부에요?" 이러는거에요
말 끝마다 아줌마 아줌마 하면서 사람 기분 나쁘라고 일부러 그러는거 아는데.. 알면서도 당해보니 진짜 기분 나쁘더군요.
택시 기사들 싸우는 상황이면 언성부터 높이고 사람 기분 나쁘게 건드리면서 일부러 무섭게 보이려고 하는거 있잖아요.
평소에 택시를 많이 타질 않아서 그 순간엔 ' 아.. 차에 올라 타지 않으면 승차거부는 아닌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중에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명백히 승차거분데 제가 타려던 차가 그 목소리 큰 아저씨 차가 아니었나봐요..
아까 그 생각만 안 했어도 좀 더 당당히 따지는건데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다른 아저씨가 또 그럽니다.. 뒤로 가면 다른 차 있다고..
그래서 지금 뒤로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택시는 무슨 택시가 있냐고 그랬더니 가만히 기다리면 온답니다.
그냥 가려고 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제 아들이 생각나면서 화가 나는거에요..
아저씨 같으면 이런 상황에 애기랑 비 맞고 가만히 서 있을 수 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 왈....
"그럼 어떡하라구요? 나보고 택시를 만들어 달라는겁니까?" 이럽니다.
아.. 정말 눈물이 나려고 하는걸 억지로억지로 참았습니다....
아니 왜요? 멀쩡한 택시들이 눈 앞에 줄 지어 있는데 택시를 만든단 말이 나옵니까???
저 같으면.. 제가 택시를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저 같으면 비오는 날 애기랑 비 맞고 있는 손님이라면
장거리를 뛰려다가도 한번쯤은 태워줄 것 같아요.. 그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뭐라 더 따지고 싶었는데 그 순간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면서 신랑이 저를 끌고 가더라구요.
그 순간엔 몰랐는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었나봅니다.
횡단보도 앞이니 봐도 많이 봤겠지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많은데서 그렇게 언성 높혀 보기도 처음입니다....
그냥.. 정말로 그 순간엔 제 아이가 생각나서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비만 안 왔어도 그냥 지나쳤을 수 있었겠지만 정말 억울하더라구요...
뒤에 오는 회사원들이 뭐라뭐라 하는데 "장거리 뛰는 사람들인가봐" 이 소리만 들렸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저는 평소에 택시를 잘 안 타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택시들이 의례 그런 것 같더군요...
사람들도 당연히 그런건가 하고 단거리 가주(?)시는 분들 택시만 타고요?
신랑이 저를 끌고 나오지만 않았어도 택시 번호를 찍어 오는건데..
번호를 못 찍어오는 바람에 승차거부로 신고를 할 수도 없어서 이렇게 분하고 억울 할 수가 없어요.
어디다 하소연 해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만 주룩주룩 흐르더군요...
마음 같아선 오세훈 시장이라도 만나서 따지고 싶었어요.
택시가 불황이라고요?
전혀 측은한 마음 안 듭니다...
그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다른 택시 기사들까지 이미지가 나쁘게 박혀지는거 아닙니까?
용산역 앞은 평소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용산역 이마트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앞에서 저희집까지 오는 버스가 있어서 거기서 버스를 많이 탔었죠.
근데 버스 정류장엔 항상 택시들이 줄지어 점령해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내릴때면 택시들 때문에 버스는 도로 한 가운데서 서야 해서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했죠.
지금도 다른 버스들 서는거 보면 여전합디다.
그럼 그 택시들이 다들 장거리만 뛰는 차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더 화가 납니다.
오늘 검색 해보니 승차거부는 벌금 20만원 이라네요.
기사들이 그걸 모를리도 없는데 당당하게 자행한다니..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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