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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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제시협의회(이하 평통) 16기 위원들의 임기가 이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7월부터는 일부 새로운 위원들로 교체가 될 전망이다.

  평통은 1981년 전두환정부에 의해 추진됐고, 헌법 제92조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헌법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

  평통의 기능은 △평화통일정책의 자문 및 건의 △평화통일에 관한 지역사회의 여론 형성 및 여론 수렴과 지지기반 확충 △그 밖에 지역사회의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필요한 활동 등이다.

  그러나 최근 6년간 평통의 행태를 보면 '평화통일'은 관심이 없고, 반공 이데올로기 확산에 따른 '분단고착'과 개인들의 관광성 여행을 위한 '관변단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평화통일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8년전 송승영회장이 평통회장을 맡았을 당시(13기) 우리시 평통 관련 예산이 2008년과 2009년 모두 1480만원으로 2년간 총 296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 예산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청소년에 대한 순회 교육과 대북 민간교류, 개성공단 방문, 금강산을 통한 북한동포 아궁이지원 및 통일보리 보내기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었다.

  그러나 2009년 7월 이후 평통 회장이 바뀌고 임원과 위원들이 교체되면서 평통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시민혈세로 자신들의 잔치판인 낯내기 행사 뿐 아니라 매년 관광성 여행을 떠나는 등 '헌법기관'이 아닌 '민폐기관'으로 전락하는 행보를 6년 연속 계속해왔다.

  13기(2008~2009년) 평통 관련 예산 2960만원에 비해, 14기(2010~2011년) 예산은 1억993만원, 15기(2012~2013년) 예산은 1억743만원, 16기(2014~2015년) 예산은 1억1610만원으로 최근 6년간 평통의 예산은 무려 3억3346만원에 달한다. 이 예산 전액은 모두 시민의 혈세인 시비이며, 3억3346만원의 사업예산 중 절반가량인 1억5174만원은 '자문위원 통일역량강화 워크숍'이라는 미명아래 위원들이 매년 관광성 여행을 즐긴 예산이다.

  전임회장이었던 13기 예산은 3천만원도 되지 않는데, 14~16기 예산 모두 1억원이 넘었으며, 4배 가까운 예산을 썼으면서도 평화통일과 직접 관련된 사업은 없다고 봐야 옳다.

  평통은 2010년 8월 회장이 바뀌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시 보조금 4600만원을 지원받아 4박5일간 백두산, 중국 대련·집안·단동 등지로 통일안보시찰을 다녀왔다. 당시 이 관광성 여행에는 평통위원과 공무원 등 57명이 참여했다. 시는 예산 지원을 위해 보조금심의위원회를 거쳐야하는 '민간경상보조'가 아닌, 시 맘대로 편성할 수 있는 '행사실비보상금'으로 변칙 운용하는 대담성까지 보였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국민한마음잇기' 행사를 시급한 사업에 써야하는 1회추경예산에 편성해 3천만원을 쓰기도 했다.

  올해 평통 관련 예산은 3가지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자문위원 통일역량강화 워크숍' 2040만원, '국민한마음잇기' 2700만원, '새해 통일기원 해맞이행사' 630만원으로 총 5370만원이다. '자문위원 통일역량강화 워크숍'은 관광성여행에 치중하고 있고, '국민한마음잇기'는 예술회관에서 연예인을 불러다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지고 있다. '새해 통일기원 해맞이행사'도 순수 시민 참여보다는 정치인과 기관·단체장들의 낯내기 행사로 김제시가 추진할때는 예산이 200만원에 불과했었다. 

  가관인 것은 이달말 임기가 끝나는 16기 평통 위원 40여명이 메르스로 전국이 비상에 걸리고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간 동해안으로 또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자문위원 통일역량강화 워크숍' 예산 2040만원 중 1천만원을 쓴 것이다. 임기가 끝나는 위원들의 통일역량강화가 시급했을까? 사실 이 예산은 7월부터 시작되는 17기의 단합과 통일안보 시찰을 위한 몫이라고 봐야한다. 줄 곳 놀기만 했던 16기 위원들이 쪼잔하게도 그 돈에 눈독을 들여야 했는지... 헌법기관이라는 평통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치중하는 모습이 갈수록 태산이고 볼썽사납다.

  평통이 통일정책에 관한 자문을 하기 위해서는 자문위원들이 통일 및 평화와 관련한 국내·외 정치 상황 등에 관한 기본적인 식견을 갖춰야 하지만, 시장과 국회의원, 정당 등이 일정 비율의 인원수를 추천하기 때문에 정치색을 띄지 않은 일반인들은 통일정책에 관한 식견을 갖고 있더라도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헌법기구로서의 본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된지 오래다. 이 때문에 많은 식자층들로부터 평통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잠시 화제를 돌려보자. 전두환정부에 의해 1981년 출범한 평통이 존재하는가하면, 김대중정부에 의해 1998년 출범한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제2건국위)가 있었다. '제2건국위'도 대통령자문기구로 공식출범했고, 과거의 적폐 청산을 위한 운동인 △부정부패추방운동 △국민화합운동 △신지식인운동 △한마음공동체운동 △문화시민운동 등 이른바 '5대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관이 주도하는 운동이라는 문제 제기와 선거용 기구라는 비판, 많은 예산을 쓰는 비효율적 기구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2003년 4월 자진해산하기로 결의하고 해제됐다.

  제2건국위가 해제되기 전 김제시청 건물내에는 평통과 함께 제2건국위 사무실도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평통이 보조금 외에도 시청건물 110.4㎡(33.5평)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냉·난방비와 전기료도 시에서 부담하고 있다.

  다음달 1일이면 새로운 제17기 평통이 출범한다. 평통이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대대적인 정화와 반성이 필요하다. 보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각계 인사로 채워지고 헌법기관의 격에 걸맞는 사업을 추진해야한다. 

  또 정치인의 후원을 받는 회장이 아니라, 회원들의 지지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회장을 선출해 과거 우리시 12기와 13기가 벌였던 사업을 거울삼아 조국의 잘린 허리를 평화적으로 이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