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벌2세임에도 순전히 이기적인 자사발전만 추구하는 과정에서 안보와 이념에 대하여서만은 완전히 보신적인 처세로 외면하는 삼성의 이건희와는 너무나 대조될 정도로 자기아들을 전방에 복무시키고, 공석에서는 대북강경발언을 하는 등 상류사회의 교만함과 기득권 의식을 떨쳐버리고 국민의 시선에서 처신하고 역사적 소명 의식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거느린 현대중공업의 노조가 높은 생산성을 실현한데서 우러난 자긍심으로 친사회적 노선을 지향하는 데서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히 이건희 보다 100배 나은 기업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희 아들의 병역면제나 삼성 직원들의 이기적 태도, 그리고 승지원에서 이광재와 비밀회동하는 얍삽한 처신을 보면, 걸출한 외모로 보나 도덕적 자세로 보나 정몽준의 위상과 비교할 게 못 된다.

이번에 주식배당금을 가장 많이 수령한 실질적인 최고소득자이면서도 그에 상응한 보신적 정서가 전혀 없는 도전적 의정을 펼치는 데서 또한 훌륭한 정치인이다.

이러한 역사적 도전의식에 찬 정몽준 의원이 이번에는 남한 “핵무장론”의 불을 당겼다.

정몽준 의원은 24일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이 북한 핵무기에 대응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 안보상황에 대해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북한은 앞으로 핵을 등에 업고 재래식 도발을 거듭하는 ‘핵 그림자’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은 필요하지만 핵우산이 북한 핵을 폐기하기 위한 협상 카드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불을 지핀 핵무장론은 한나라당 외의 다른 우파 정당에서도 동조하여 ‘핵 반입’이냐 ‘핵 개발’이냐는 거대한 담론의 장을 형성하는데서 이제야 우리도 뭔가 ‘큰 역사’를 지향함을 느끼게 한다.

가상적 개념인 핵우산보다 구체적 개념인 핵무장으로 테마가 변화하는 것 말이다.

사실 남한핵무장론은 정몽준 의원이 처음 주장한 게 아니다.

예전부터 애국단체와 논객들이 자주 거론하였고, 필자도 그 틈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했지만, 제도권에서는 2008년도에 김동성 의원이 주장한 이후 몇 차례 거론 되었으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몽준 의원이 유발시킨 핵무장론은 국내 메이저언론을 비롯하여 주변국에서도 메인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참으로 잘하는 처사다. 정말 멋진 발언이다.

생각해보라.

가령, 조선부문 세계 1위인 나라가 해군함정이 모자란다는 게 말이 되는가.

솔직히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에서 수주한 세계최대 컨테이너 운반선인 18,000TEU급 상선 10척을 20억 달러에 수주했을 때, 그 크기의 10분지 1도 안 되는 해군전함이 모자란다? 이거이 말이 되는 소린가!

더구나 이번 수주액이 대우조선해양의 연간전체 수주액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쾌거를 올린 대우조선해양마저도 우리나라에서 3위 밖에 안 될 정도로 조선산업의 위상이 거대함에도, 몇 천 톤짜리 해군전함이 모자라서 소말리아 근해에 최영함 1척 밖에 안 나가 있고, 그 최영함마저도 리비아 사태로 지중해로 가는 바람에 소말리아 해역에는 우리 해군함정이 1척도 없다면, 이거이 말이 되는 소린가!

마찬가지로, 북한보다 원자력 발전량이 수백 배는 될 텐데, 북한의 핵무기에 겁 먹는다, 이거이 말이 되는 소린가!

우라늄 농축 능력이나 사용후 연료 재처리 능력도 수백 배일 텐데, 핵무기가 없다면, 이거이 말이 되는 소린가!

남의 나라에는 400억불짜리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는 나라이면서 핵무기가 없다면, 이거이 말이 되는 소린가!

이는 마치 종합제철소를 가진 나라가 동네 대장간에서 만든 칼 한 자루에 겁먹은 꼴 아닌가.

종합제철소에서 만드는 철근이나 핫코일의 극히 일부만 가지고 칼을 만들어도 대장간의 수천 배는 만들 수 있음에도 이 눈치 저 눈치로 만들지 못하는 숙명적 족쇄를 스스로 금과옥조로 여겨 그냥 돈 좀 주고 없었던 일처럼 지내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여하튼 정몽준 의원이 이번에 지적한 핵무장론은 동북아 정세에도 커다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과거 FIFA 부회장을 역임했던 그의 위상을 고려하면, 국제적 파장이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정말 자신의 위상에 걸 맞는 테마를 선택하여 정곡을 잘 짚었다고 본다.

야당과 야합한 박근혜의 복지론과는 그 격이 하늘과 땅차이인 데서, 2012 대선 도전에 대한 출사표로 보아도 꽤나 멋진 테마요, 대다수 우파적 국민정서와 너무나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복지론에 있어서도 박근혜보다 나은 면모를 보여주는 일부 인터뷰를 인용하고자 한다.

<인용시작>

문 : 대기업 총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서민들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답 : “선친의 도움으로 제가 경제적 여유가 많은 편이고 그것 때문에 서민을 잘 모른다고 지적하는데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꼭 머리 빠지는 사람만이 발모제를 개발해야 하느냐. 어떤 분이 그러는데 정치인이 서민이라는 말을 쓰면 ‘너는 서민으로 계속 남아서 날 찍으라’는 얘기같이 들린다고 한다. 나는 20년 동안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많은 근로자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보다 중산층이 많아지게 하는 게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용끝>

반세기만에 경제수준과 생활수준에서 상전벽해를 이룬 우리의 역사를 “제1기 시대의 영광”이라고 한다면, “제2기 시대의 영광”은 정치ㆍ안보ㆍ군사 측면에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이의 선결조건이 “핵무장”과 “통일”이라고 보며, 그 실질적 단초인 핵무장론을 제기하여 거대담론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정몽준 의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본다.

더구나 리비아 사태로 쟈스민 향기가 김정일의 콧구멍을 간질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는 더더욱!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