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릴 [6.15통일대축전] 행사를 놓고 정부와 언론, 친북정권 시민단체들이 독재자가 있는 평양으로 가지 못해 안달이다. 도대체 북한의 김정일 독재자가 민족과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한 것이 있다고 수백명씩이나 떼를 지어 몰려가 그 무슨 [6.15통일대축전]이라는 행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기에는 그럴듯해보이는 [6.15통일대축전]이 실상에는 북한인민들이야 굶주리던 말던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한민족을 인질로 위험천만한 핵게임을 벌리는 김정일 독재자를 찬양하고 축하하는 [독재 찬양 대축전]으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반세기의 독재통치로 북한인민을 헤어날 수 없는 기아와 고통의 나락에 빠뜨린 아버지 김일성에 이어 60년을 세습독재하고 있는 현시대 최고의 독재자이다. 독재자 김정일이 그토록 자랑하는 10년의 선군독재 기간 3백만의 북한인민이 굶어죽었고 지금도 북한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핵심세력을 제외한 일반 근로인민대중은 여전히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최근 북한은 90년대 후반의 최악의 기근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확증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WFP의 경고도 심각하지만 북·중국경에서 들려오는 북한의 내부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독재권력은 살아남기 위한 단 한가지 목적으로 외부와 접촉하려는 북한주민들을 탄압하면서 공개총살도 서슴치 않고 있다. 외부의 인도적 지원이 줄어들면서 평양시도 식량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곳으로 수백명씩이나 우르르 몰려가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독재자와의 야합을 찬양하는 대축하 파티를 벌리겠다는 것인데, 도대체가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된다.

말로는 6.15남북공동선언 발표를 기념하는 통일의 대축전이라고 하지만 지난 5년간 북한이 6.15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지킨 것은 하나도 없다. 우선 공동선언의 ´우리민족끼리´에는 북한인민은 없고 독재자 김정일만 있을 뿐이며 남북한간의 이산가족 상봉을 지연, 파탄시킨 주범도 김정일 독재정권이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발표이후 철의 실크로드니 뭐니 하면서 요란하게 떠들었던 남북경협에서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다. 남북한의 당국간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도 북한이다.

특히 남북의 정치적 야합의 수단으로 이용된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차례의 만남과 기약없는 이별로 실의에 빠져 사망한 실향민들도 적지 않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 북한의 김정일 독재정권에게 [6.15공동선언]은 독재를 유지하고 남한까지 독재를 확장하려는 정치적 선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되자면 이번 기회에 평양에 가서 독재자 김정일에게 6.15남북공동선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규탄해야 옳다. 또한 한민족의 운명을 인질로 삼아 독재유지를 위해 벌리는 벼랑끝 핵게임을 당장 중지하고 굶어죽어가는 인민을 살려내라고 추상같이 꾸짖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친북정권 단체들은 북한 핵문제에는 언제 한번 강경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더니 평양으로 가는 인원 축소에는 되게나 민감하고 강경하다. 북한이 처음 약속한 615명이 아닌 190여명정도로 축소해달라고 요청하자 정동영 장관도 "대표단 축소는 응할 수 없다"더니 "숫자는 중요치 않다"며 북한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면서도 민간단체의 숫자는 유지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고 한다.

정부대표나 친북정권 단체들이 [6.15통일대축전]이랍시고 북한에 가서 무얼 할지는 뻔하다. 민족과 통일을 웨치는 친북정권 단체들은 김정일에게 "왜 그처럼 많은 인민들을 굶겨 죽여야 했는가고, 왜 권력층에게만 배급을 주고 인민들에게는 배급도 안주고 총살까지 하는가고, 왜 민족의 운명을 백척간두에 놓고 핵무기로 장난치냐"고 단 한번이라도 비판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이다. 북한정권이 독재찬양 축제를 허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2000년 독재자와의 만남에 흥분해 감격의 시를 ？슭駭？고은시인처럼 감지덕지해할 것은 뻔하다. 고은 시인은 그때의 공로 때문인지 이번에 ´늦봄통일상´을 받는다고 한다. 북한인민들이야 굶어죽고 병들어 죽어도, 정치범 수용소에서 온갖 고통을 겪으며 죽어가도, 살아남으려고 먹을 것을 훔쳤다는 죄만으로 공개총살을 당해도, 그래서 공포의 탄압속에서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하고 까많게 되어버려 키는 10cm이상, 평균수명은 10년이상이나 감소한 것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다만 자신들의 민주화투쟁 경력을 빛내주고 자기들의 이익과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까짓 인민이야 무슨 대수랴, 독재자의 총칼로 노예가 되어버린 로봇같은 북한인민을 앞세우고 김정일 독재자를 찬양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면 그만일 것을.

친북정권 단체들은 입만 벌리면 민족과 통일을 떠드는데 북한의 민족은 노예민족의 상태이다. 북한헌법은 ´김일성헌법´이고 북한인민은 ´김일성민족´이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60년의 세습독재로 군림한 노예주이니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란 김일성노예민족의 남한까지의 확장에 다름아니다. 이 또한 6.15공동선언의 허황됨을 말해주는 것으로 독재자와의 6.15공동선언은 곧 무효이다.

결국 정부 대표와 남한의 친북정권 단체들, 해외교포들 615명이 북한으로 우르르 밀려가 벌리겠다는 대축전이란 결국 독재자의 찬양 축전인 셈이다. 몇 년동안 금강산에다 북한인민들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철조망을 쳐놓고 보란 듯이 진수성찬 차려놓고 평화와 통일을 떠들며 먹고 마시고 진탕치듯 놀아대더니 그것도 모자란 모양이다. 언젠가 모 TV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에 가서 그 무슨 음식기행이라는 것을 해대며 북한인민을 농락하더니 아예 이제는 감각 자체가 없어진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독재자의 아방궁이 있는 평양까지 가서 한번 인민을 탄압하는 독재자를 찬양하며 진탕치듯 놀겠다고 할까.

북한에서는 80년대부터 식사시간에 친구나 친척집에 들어가는 사람은 참으로 양심없고 예의없는 사람이라 했다. 본의 아니게 남의 먹을 것을 빼앗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사람들이 보기에 먹을 것이 없어 대량아사가 나기 직전인 북한에 수백명씩 몰려가 독재자를 찬양하는 파티를 벌리겠다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일까? 아마 기아로 고통받는 북한인민들이 보기에 평양에 오지 못해 안달이 난 정부대표들과 친북정권 단체들의 해괴한 짓거리는 미친지랄발광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것이 과연 남북한의 국민과 인민의 화해의 방식이고 협력과 통일의 방식인가? 참으로 해괴한 나라이고 해괴한 국민이고 해괴한 대북정책이고 해괴한 독재찬양 놀이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고 기괴하며 이성을 잃은 독재찬양 놀이를 굳이 시중에 떠도는 적절한 표현을 빌어 평가한다면 아마도 [묻지마 독재찬양 축제]가 될 것이다. 평양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누구의 비판이나 고언도 들리지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으니까.

이제 기아로 굶주리고 독재의 탄압에 피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2천270여만 북한인민의 염원을 담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웨친다.

"민족과 통일이라는 거룩함을 앞세워 [6.15통일대축제]라는 미명하에 벌리려는 [묻지마 독자찬양 축제]을 당장 중단하라."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지금의 독재찬양 행태가 꼭 이몽룡의 시 구절구절의 내용과 어쩌면 그리도 꼭 맞을까.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 금잔에 담긴 맛있는 술은 백성의 피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이며: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며,
촉루낙시(燭淚落時)는 민루락(民淚落)이고 :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가성고처(歌聲高處)는 원성고(怨聲高)이다: 노래 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성이 드높도다.

[김승철 객원논설위원] 북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