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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재는 백의종군하는 게 正道

이회창 전 총재를 ‘무소속 후보’로 내보내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우 무모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또 다시 우파를 분열시켜 정권 교체의 호기를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첫째, 이미 이회창 후보는 일선의 정치에서 물러난 국가원로로 대접받고 있다. 말하자면 국민들은 그를 대선 후보의 반열에서 제외된 정치인, 곧 흘러간 옛 사람으로 보고 있다.

둘째, 상당 수 우파진영 사람들은 이회창 전 총재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능히 이길 수 있었는데,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권을 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는 우파의 신뢰를 저버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파는 그에게 세 번의 도전기회를 주길 거부했고, 그 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8월 19일까지 MB와 GH가 그토록 치열한 경선을 했던 것이다.

필자는 만일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게 됐더라면, 한나라당은 또 필패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차떼기의 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그에 대한 뼈져린 반성이 없이 또 다시 이회창 전 총재를 내세운 것에 대해 '극도의 오만'과 '국민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어찌됐든 MB는 지금 55%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한나라당 총재를 역임한 분으로 지금도 한나라당 당원이라면, 당과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무소속 출마 운운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넷째, 정말로 대선에 나가고 싶었다면,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 경선에 나갔어야 했다. 경선을 포기한 사람이 이제 와서 그의 지지세력들이 2% 부족 운운하며 등을 떠민다고 해서 정치 일선에 나선다는 것은 극도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로 낙인찍힐 것이다.

다섯째, 지금 반대편에서는 MB를 낙마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공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풀에 먼저 나가 떨어져 대타를 모색하는 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저들의 파상적인 정치공작과 마주싸워 이기는 것이 긴절하다고 하겠다. 여기에도 이 전 총재와 GH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이회창 전 총재는 백의종군하여 그가 그토록 원했던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한 알의 밀알로서 보탬이 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그가 이것마저 손사래친다면, 또 한번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 될 것이다. 자신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는 세력(JP) 혹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세력(경선불복의 탈당세력)과의 연합을 거부함으로써 두 차례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림으로써 천추의 한을 남겼던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가 그동안 섭섭한 게 있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에 대한 포용과 연대 및 지지가 절실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이 같은 행보를 하지 않거나 잘 하지 못한 게 바로 이회창 전 총재에게 부족한 2%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후배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회창 전 총재는 권력욕에 불타는 주변세력의 요구나 권면을 물리치고 국가원로인 동시에 한나라당을 만든 분으로서의 위신과 체통을 지켜주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회창 전 총재는 백의종군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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