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카드거래 사고건수 분기별 1000여건

- 해외여행시 복제 우려..해외 사이트서 정보 새기도

- 확인후 거듭 신고해야..처리절차 `불편` 지적도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직장인 P씨(32)는 어젯밤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의 모처에서 동료들과 회식 중이 었는데 난데없이 `삼성카드 해외승인 알이탈리아항공 1548 달러`라는 문구가 휴대폰에 뜬 것. 곧이어서는 `넷게임 미국 23달러`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 카드를 소지하고 해외를 간 일도 없었던 P씨는 당혹해 하며 곧바로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그러나 카드사는 다음날 아침에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답뿐이었다.

걱정속에 하룻밤을 보낸 P씨는 다음날 아침 재차 카드사에 문의했지만 카드사 직원은 "결재가 확인됐으나 전표가 접수되지 않았다"며 "1주일 뒤에 다시 전화해서 미사용컴플레인을 접수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결제로 애먼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걱정을 1주일동안 지고 살아야한다는 점이다.

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같은 해외거래 사고건수는 분기별 평균 1000여건씩 발생한다. 여신협회가 롯데·비씨·삼성·신한·현대·LG카드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해 3분기에도 810건의 해외거래 사고건수가 일어났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카드의 해외거래 사고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사고는 해외 사용시 카드 복제기에 의해 카드가 위조돼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국내에서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와중에 카드정보가 유출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P씨의 경우에도 이 카드를 해외에서 쓴 적은 없지만 아마존재팬과 중고음반 거래 사이트에서 3차례 결제한 적이 있다. 이 경로를 통한 카드 복제 혹은 허위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카드사 관계자는 "허위 매출 등의 사고로 판명되면 해당 사이트 사업자에 카드사가 회수를 하고 고객에게 청구된 것은 중지한다"며 "해킹으로 인해 복제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해외사용 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카드를 갱신발급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일주일동안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같은 카드업체의 대응도 무성의하게만 느껴진다. 고객의 신고 처리절차가 불편하고 업체 대응도 신속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P씨는 "한번 신고해서는 처리되지 않고 카드사의 업무일정에 맞춰 다시 확인하라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