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철 마다 중국 도시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걸인들의 수가 겨울철에만 특히 집중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걸인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은 북경과 상해 등 경제가 비교적 발전한 도시지역이다. 걸인이란 구걸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인데, 재해를 입거나 사업의 실패 또는 신체의 장애 등으로 부득이 하게 걸인이 되는 경우가 이에 포함이 된다. 하지만 중국의 걸인들은 다소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해나 경제력의 상실 등 부득이한 원인으로 인한 생계수단이 아닌, 농촌지역 빈곤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생계수단으로 형성이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들이 도시걸인 형성에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주를 이룬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선진국이던 후진국이던 도시 지역에서 걸인들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걸인들은 다른 나라들과는 다소 특이한 구분 점이 있다. 특히 겨울에 집중적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사회전체에 대한 대규모 변화를 야기하였다. 인민들의 사상과 경제관념 그리고 경제구조 등 과거 40년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변화들을 체험하고 적응하느라, 중국인들은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고있다. 중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등소평의 ‘선부론’을 이행하고자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동을 한다. 그 동안 출생지의 족쇄였던 중국의 호구제도는 개혁개방을 이후로 근래에 들어 점차로 완화되어 가고 있으며. 현대화의 물결과 농업기술의 발전은 과거처럼 농촌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중국의 13억 인구 중 3분의 2에 이르는 인구는 농촌지역에 거주하거나 농촌호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그 중 3억에 가까운 사람들은 현재 실업상태이거나 특정한 일거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농촌잉여인력을 흡수하고 도시의 노동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법규를 완화시키게 되었는데. 이렇게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온 농민들을 중국에서는 ‘농민공’이라 부른다. 이들이 현대 중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들 중에는 반드시 농민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촌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도시로 이동해 구걸을 하는 농민들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일종의 직업걸인인 셈이다. 이러한 걸인들은 재해나 경제력의 상실로 발생한 걸인들이 아닌, 순수하게 돈을 벌기 위해 걸인행세를 하는 농민들이 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농촌에서는 일자리가 없을까? 아니면 도시에서 차라리 구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그런 것일까?

1976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실행했을 당시 도시주민의 소득은 농촌주민소득보다 2.6배 정도가 많았었다. 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중국정부의 농촌지역발전의 의지 덕에 소득 차는 1.8배까지 좁혀졌었으나, 그 이후로 다시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도시주민과 농촌주민의 소득은 약 3배의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촌의 소득계산 방식 잘못되어있으며, 아직 통계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지 못한 지방정부에서는 다른 지역과의 경쟁심리로 인해 농민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처럼 중앙에 보고하고 또한 농민들이 종자를 구입하거나 비료를 사는데 소비하는 농산물 재생산 투자액을 감안하지 않은 채 통계를 낸다는 것이다. 반면 도시주민의 소득은 신고제로 되어있기 때문에 도시주민들은 세금감세를 위해 자신의 소득을 줄여서 신고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를 6배 이상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니 농촌주민들이 느끼는 빈곤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빈곤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농촌주민들이 돈을 벌러 도시로 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시로 상경한 농민들은 빈곤을 해결하고  있을까?

도시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온 농민공의 하루 일당은 기술직을 제외하고 기껏해야 하루 평균 30원(4100원)에서 50원(6900원)정도의 수준이다. 쉬는 날을 포함하거나 공사가 끝난 후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달 1000원(137000원)도 채 벌기 힘들단 얘기다. 그러나 농촌에서 일년간 개인소득이 평균 4000원(5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도시에서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그리 적지 만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돈은 벌고 싶지만 노동력이 열세에 처해있는 나이많은 농촌의 노인들이나 장애인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도시는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이 도시에서 새로운 사업의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구걸이다. 구걸은 자본도 필요 없고, 현금을 수입원으로 하니 효과적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수치감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상해처럼 부유한 도시에서의 걸인들은 하루에 1000원 이상도 벌 수 있다고 하니. 수입으로만 따지고 본다면 구걸은 노동을 하는 농민공들보다 수입도 좋고 안전사고에도 노출이 되지 않는 괜찮은 벌이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벌이가 좋다고 자신들이 살던 고향을 등지고 무조건 구걸을 하기 위해 상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국가가 지급한 토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거나 호구에 등록된 지역을 오랫동안 떠나있으면 토지를 반납해야 하기에 농촌의 주민들은 겨울철 일감이 없는 시기를 틈타 도시로 올라와 구걸을 한다고 한다.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또한 이 시기에 온 가족이 함께 도시로 나와 구걸을 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며, 심지어는 휴농기에 마을 이장이 동네주민들을 모두 이끌고 올라와 겨울 내내 도시에 머물며 구걸을 하고, 이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농촌을 완전히 떠나면 토지를 반납해야 하는 사회주의의 특성상 이들의 방법은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구걸을 하는 사람 중에는 꾸준히 저축을 해서 자신의 고향에서 부유하게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도시로 몰려들 만도 하다.

현재 중국도시에서 직업걸인들을 자주 볼수있는곳은 대개 번화한 쇼핑거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가 그리고 관광명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지역 중에서도 그들 사이에는 명당자리라는 곳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벌이가 괜찮은 곳으로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처음 관광 온 외국인들은 이들의 처량한 행색에 기꺼이 100원(13700원)짜리도 적선한다고 하니, 정말로 명당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직업걸인들은 자신만의 방식에 따라 구걸을 하는데, 이들을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공연을 하는 걸인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특기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행위를 하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를 원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로 장애인 걸인이 있다. 선천적으로 신체가 불편하거나 기타사고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생계를 목적으로 구걸행위를 한다. 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점심을 유발하게 하여 적선을 받지만 우리나라처럼 중국에서도 가짜 장애인걸인들이 많아 사람들은 이들을 좀처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세 번째로 번화한 중심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으로 앵벌이형 걸인이다. 부모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행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아이가 아프다고 하거나 아니면 그냥 아이를 안고 바닥에 앉아 행인들이 적선하기를 기다린다. 어떤 때는 좀 큰 아이들이 행인들을 쫓아다니며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는데, 심할 때는 다리를 붙잡고 돈을 줄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상대가 외국인 일 경우에는 타켓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중국에 여행 왔었던 많은 한국인들이 겪었던 경우가 아닌가 한다. 또 나이 많은 노인들도 여기 가세하는데, 대부분은 며칠을 굶어 배가 고프다며 온정을 배 풀기를 원하는 유형이다. 네 번째는 게시판형 걸인이다. 이들은 죄인처럼 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에 자신의 측은한 사정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도시에 올라와 사기를 당해 며칠을 굶었다’ ‘부모가 병이 났는데 돈이 없다’ ‘돈이 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는 등의 사정을 적어 놓는데, 진짜일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유형은 착취성 걸인으로 이것도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하나는 행인들에게 공포심을 주며 돈을 착취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다지 자주 접해볼 수는 없는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성인이 어린아이들을 시켜 돈을 구걸하게 하거나 식당손님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며 구걸을 하게 한다. 대부분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멀리 떨어져서 아이들을 감시하곤 한다.

직업걸인들의 증가는 중국의 대외 이미지와 시민들의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다, 또한 도시주민들과 농촌주민들간의 위화감 조성으로 도시주민은 도시주민들대로 농촌 주민은 농촌 주민들대로 서로에 대한 감정의 폭만 커지고 있다. 개방개방 이후 “생활수준의 향상과 소득의 증가”. 중국매체에서 항상 되 읊는 이러한 구호들은 실제로 농촌주민들에게는 피부로 와 닺지 않는 것들이고, 오히려 개혁개방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상대적으로 빈곤해 지는 삶! 그리고 도시인들의 멸시가 그들에게 더 피부로 와 닺는 현실일 것이다. 중국은 상승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농산물에 대한 가격 억제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전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시 주민들은 저렴한 농수산물을 먹으며 부를 축척할 수 있었지만 농촌의 주민들은 개혁개방 이전보다 높아지는 비료 값과 사료값으로 소득의 증대는커녕 점점 더 빈곤한 삶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일찍이 등소평은 선부론을 제창하며 빨리 부자가 되라고 독려를 했었다. 하지만 중국의 엄격했던 호구제도는 농촌 주민들에게 먼저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하였다. 호구제도에 억매여 기회를 찾아 도시로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근래에 들어 이 호구제도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처음부터 벌어졌던 도시주민과의 소득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로 밀려드는 직업걸인에 대한 중국의 대처 방안은 있는가? 2003년 중국정부에서는 <도시에서 생활하지 않는 걸인에 대한 지원관리법>을 실행시킴과 동시에 기존의<도시유랑걸인의 강제이송조치법>을 폐지 시켰다. 기존에 완고했던 “강제이송조치”를 “지원관리”로 완화시키며 실질적인 관리 정비체계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실행된 이후 도시로 몰려드는 농촌의 직업걸인 수는 점점 더 늘어났고 관리는 실로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격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도시지역의 걸인들은 과거처럼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인한 난민들이 아닌 소득수준의 감소에 따른 자발적인 걸인들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벌어지는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는 중국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중국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는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시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점점 더 벌어지는 도시와의 빈부격차로 알려지면서 중국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