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농어촌비리 > 쌀만은 꼭 지키겠다더니…‘덜 민감한’ 품목은 개방?

[한겨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쌀만은 꼭 지키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쪽 협상단이 농업부문에 영향을 덜 미칠 일부 쌀 품목의 수입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7차 협상 사흘째인 13일(현지시각) 한국 협상단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쌀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정한다면 쌀 중에서도 덜 민감한 8개 품목은 마지노선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쌀은 국제통일상품 분류체계(HS)에서 18가지 품목으로 나뉘는데, 10가지만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지난주 국회 자유무역협정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쌀시장 개방의 마지노선이 어디냐”는 질문에 “쌀은 18가지 품목이 있는데, 8가지는 개방에 덜 민감하고 10가지가 초민감 품목이라고 답했다”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전했다. 농업계에서는 18가지 쌀품목 가운데 베이커리 제조용품(쌀성분 포함) 3가지, 조제 식료품(쌀성분 포함) 3가지, 쌀 배아, 쌀 조제품(코코아 미포함) 등 8가지가 마지노선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협상에 따라 쌀 배아와 쌀 조제품을 제외한 16가지 품목은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 방식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황형성 농협중앙회 통상협력팀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모든 통상협상에서 쌀에 대해서는 16가지 품목 전체를 패키지로 다뤄 왔다”며 “10가지 말고 나머지는 쌀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는 정부 스스로 ‘쌀은 지키겠다’는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농림부 관계자는 “쌀 품목 가운데 일부는 실제 들어와도 파급 효과가 거의 없다”며 “다른 과일이나 채소 등 민감한 농수산물을 지켜내기 위해 양보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에 제시한 쌀 양허표(수입개방 일정표)에는 16가지가 모두 들어 있으며,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 품목이라도 미국에만 수입을 허용할 경우 세계무역기구 149 회원국에 대한 의무 위반이 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쌀시장이 일부만 개방되더라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금융서비스와 투자분과 합동협상에서 우리 쪽이 요구한 금융 긴급 수입제한 조처(세이프가드) 도입을 인정하는 대신, 이 조처를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새로 제시했다. 금융 긴급 세이프가드란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금의 유출입을 일시 제한하는 조처다.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분야 협상과 관련해,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진지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창석 기자 [email protected]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72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