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제149호(5월17일자) 사설
농협중앙회의 금리 인하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금리인하를 위해 자금지원을 한다. 이 같은 조치로 그동안 농민들이 부담한 높은 금리가 모두 회원조합의 경영 잘못으로 비춰지고, 중앙회는 전연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는 중앙회의 선심으로까지 오인되기 쉽다. 이리하여 중앙회의 개혁에 대한 빗발치는 농민들의 요구를 회원조합에게로 그 표적을 바꿔 놓고 있다.
회원조합의 경영지도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회가 평소에 경영지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면서 그 책임을 비켜가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회원조합이 경영개선을 위해 중앙회가 요구한 양해각서에 따라 자금 회수와 사업 줄이기 등으로 무리하게 금리를 낮추고 보니, 이것이 조합의 부실경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현장으로부터의 소식이다.
약속과는 달리 쥐꼬리만한 지원을 미끼로 한 경영개선 양해각서는 경영개악 양해각서로 바뀌고, 그 책임은 회원조합이 지는 것으로 된다. 결국은 조합원의 호주머니를 털어 조합원의 금리부담을 경감하고 조합은 더욱 부실해지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1천3백32개 조합 중 부실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조합을 제외한 1천2백80개 조합이 지난 5월1일까지 중앙회와 약정을 맺고 금리인하 조치를 시행하였으니 이제 전국의 조합이 경영악화로 인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현재의 높은 금리로도 조합경영의 불안정을 호소하고 있는 터에 확실한 대책 없는 금리인하로 조합의 부실화를 재촉하고, 그 책임까지도 전가 받아 모든 조합원으로부터 화살을 받게 되었으니 살아남을 회원조합이 과연 몇 개나 될 것인가.
금리인하에 의한 조합원들의 부채경감 조치는 회원조합의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한 사탕발림 지원으로 할 것이 아니라 농가부채 누적의 절반의 책임이 그간의 농정의 잘못에 있는 것이 사실인 이상, 정부가 그 책임을 지고 공적자금을 풀어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중앙회가 지원한다고 하는 그 쥐꼬리만한 돈도 결국은 회원조합의 돈이고 조합원의 돈이다. 누구의 돈으로 중앙회가 조합원에게 선심을 쓴단 말인가.
중앙회가 대정부 농정활동으로 공적 자금 지급을 정부에 건의하지 않고 딴전을
피우고 있는 작태는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현재의 중앙회가 대정부 농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상의 결함 때문이다. 즉 중앙회가 휘하에 신용사업,
경제사업을 다 움켜쥐고, 정부의 정책사업대행, 정책자금 살포 수수료에 의존하고 그 속에 안주하여 정부의 농민통제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중앙회는 자기의 본래의 기능인 농정활동은 생각지도 못한다. 드디어 중앙회는 그 책임을 회원조합에 떠넘기고 자신은 빠져나가는 비겁한 작태로 오늘의 농협중앙회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1천3백여 농축산업 지역협동조합, 2백40여만 조합원은 중앙회의 금리인하 조치와, 그에 따른 회원조합 경영개선 조건의 정체를 똑바로 파악하고, 그동안의 중앙회 개혁을 향한 예봉을 꺾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체개혁을 서둘러야 할 농협중앙회가 법적 시한이 다되도록 끝까지 미루고,
회원조합의 경영개선을 촉구하는 척 함으로써 오늘의 반농민적 농협으로 된 책임을 회원농협에 떠넘기는 이 같은 작태는 용납할 수 없다.
오는 5월25일의 중앙회장 선거와 다음에 이어지는 이·감사 선거는 이 같은
중앙회의 작태를 심판하는 날이고, 중앙회 개혁을 약속 받는 날이다. 중앙회의
농정활동 기능을 살려내고 중앙회의 신·경분리로, 그동안 돈과 사업을 한손에
움켜쥐고 회원조합과 조합원을 종횡무진으로 통제해 조합의 민주화에 역행하여
온 정부정책 대행기관 농협중앙회를 바로 잡아 조합과 중앙회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결정의 날이다. 1천3백32명의 조합장들의 결심 하나에 달려 있으니
그 책임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온 세상은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농협인들도 여기에 눈감을 수
없다. 전 국민의 기대 속에 그들의 시선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2백40여만
조합원에 부끄럽지 않도록 조합장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펌:한국농정신문 제149호(5월1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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